꿈이 자라는 방 : 제6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경연 외 153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 초반, 교회 청년들과 함께 초등학생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일종의 공부방 형태였을 것이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것이었고, 당시 집과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어떤 일이나 장면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는데, 한 장소에 몇 시간 머물렀던 그때도 내게는 그랬다. <꿈이 자라는 방>의 소개글을 보면서 상기된 기억이기도 하고, 그와 무관하게 이 책 내용이 궁금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 아이들이 무려 154명이다.

 

요즘은 어린이 작가들도 많고 책을 내는 아이들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글모음이 특별한 이슈가 되거나 뭔가 대단한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이 눈에 띄는 것은 꿈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어떤 꿈을 꿀까, 궁금했다. 아이들의 글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도 꽤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다. 단체작품에 '이름 나무'라고, 나무 그림에 아이들이 불러 보고 싶은 이름들을 빼곡하게 적은 것이 돋보인다. 중3 윤겸, 지영의 그림 솜씨도 돋보였다. 아이들의 손글씨가 고스란히 나온 글도 재미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예은이가 그린 '내 안의 친구들'과 인터뷰 글을 보니, '이렇게도 생각이 깊다니'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아이의 눈 속에 여러 친구들 모습이 조그맣게 그려진 그림인데, 예은이는 이 그림을 통해 "친구들이 바라봐 주고 있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단다. 그림 안에 "우정은 날개 없는 사랑이다.", "친구는 제2의 자기 자신이다." 하는 내용도 적어놓았다. 5학년인 현호는 '화해'라는 시에서 친구와 뾰족한 말을 주고받은 후 친구가 먼저 송곳 같은 마음을 동그랗게 말아서 내밀었다고 표현한다. 동글동글, 동그라미, 동그란 마음이라는 표현이 예쁘다. 3학년인 지효가 쓴 시 '우리 할머니 손'은 발상이 신선했고 "엄마는 말로, 아빠는 몸으로, 할머니는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요."라는 인터뷰 글도 인상적이었다. 4학년인 지원이의 시 '할머니의 발톱'은 몇 개는 깨져 있고 몇 개는 썩어 있다는 표현과 발톱 그림만으로 마음의 울림을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은성이가 고마운 선생님에 대해 쓴 글은 뭉클했다. 1학년 때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었지만,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에 자신을 사랑하는 법, 다른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법을 배웠고 선생님이라는 장래 희망도 생겼다는 내용이다. 다른 학교로 가셨지만 지금도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지효도 기특하고 선생님도 멋지구나 싶다. (담임을 떠난 상태로 옛 제자와 지속적인 친분을 유지하기는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용기를 주제로 한 글 가운데 "'용기'라는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나'라는 손전등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라는 중1 태훈의 문장, "무엇보다 큰 용기는 내가 되는 용기"라는 초등학교 5학년 소현의 문구를 되새겨보게 됐고, 꿈에 대한 글과 그림 가운데는 꿈에 특별한 수식을 덧붙인 내용들이 와닿았다. 구독자 100만 명의 유튜버가 꿈이라는 초등학교 1학년 윤아, 장기려 박사님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 '바보 의사'를 꿈꾸는 초등학교 1학년 륜하, 우주 비행사이자 식물 연구가를 꿈꾸며 우주에 꽃을 심겠다는 초등학교 5학년 서연의 그림에 더 눈길이 갔다.

 

친구, 가족, 용기, 꿈에 대한 글과 그림들 가운데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내용도 꽤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바뀌었고 그만큼 더 주변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진 터이니, 그런 마음이 반영된 글과 그림이 많은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고마운 선생님도 떠올랐고 보고 싶은 친구들도 생각났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의 내 꿈도 되살아났다. 어른들이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