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끝 우물쭈물 ㅣ 라임 그림 동화 28
안노 쿠루미 지음, 하야시 토모미 그림,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1년 4월
평점 :
스짱은 발끝에 속마음을 쓰곤 한다. 왜냐하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망설이는 부끄럼쟁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에 대한 다른 그림책을 본 적이 있다. 마음속은 이렇게 하고 싶은데, 실제 모습은 저렇게 나오는 상반된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서 좋았다. 이번 안노 쿠루미의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네가 스짱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 거야?"라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 글작가는 부끄러워하는 아이의 '발끝'에 주목했다. 그런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누군가 자신의 스케치북을 가져가 높이 쳐들 때, 친한 친구 레이의 집 고양이를 보았을 때, 레이가 두 개의 머리핀 중 어떤 것이 더 예쁜지 물었을 때, 동생을 안고 있는 엄마를 보았을 때, 스짱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런데 발끝에 속마음을 쓰고 만다. 실제 마음과는 반대의 말을 내뱉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인지, 그림책을 한 장씩 넘겨보면서 확인해볼 수 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부분에서는 어린 스짱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학교에서나 친구들 앞에서는 우물쭈물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은 조금씩 연습하면 될 테고) "엄마한테는 그냥 말하지 그러니?" 하고 스짱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다. 그러다가 스짱이 발끝의 말에 이끌려 큰 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 대목에서는, 스짱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질 정도다. "정말 잘했어. 대견해!" 하면서.
스짱이 발끝의 말에 계속 신경쓰게 된 이유는 사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앞서 여러 상황에서는 그냥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숨기면 그만이었지만, (사실 이런 일들이 계속 쌓이면 안 될 것 같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상황에서는 스짱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우는 레이의 모습이 떠올라서 스짱은 자꾸만 울고 싶어졌답니다."
그림작가 하야시 토모미의 그림에서 흥미로운 것은, 발끝에 쓰는 속마음을 표현한 장면들이다. 특히, 계속 따라오는 발끝의 말 한마디를 표현한 부분에서는 스짱의 심리 상태가 효과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스짱과 같은 부끄럼쟁이뿐 아니라, 속마음을 겉으로 표현한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 모두 생각해보고 느껴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아무 말이나 그냥 막 던지는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발끝 우물쭈물'의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