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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종류 ㅣ 미래의 고전 61
정민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6월
평점 :
어떤 마음을 그려낸 것일까 궁금증을 가져본다. 제목 <마음의 종류>는 일곱 편의 동화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동화 속 아이들은 속임수에 넘어가기도 하고 실수도 한다. 즐거움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고, 뭔가 조마조마해 하기도 한다. 용기 내기 위해 일부러 마음을 다잡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아이들의 다양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화다.
'봉자 여사의 메일'에서 연주는 보이스 피싱에 속아넘어간다. 이 동화는 그런 연주의 잘못을 들추고 부모의 입을 통해 훈계하기보다, 오히려 연주가 좋아하는 라디오 DJ의 말을 통해 격려를 남긴다. 1등 사연 상품인 스마트폰까지 선사하면서.
"연주는 중요한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나중에 고아도 돕고요. 그 마음 변치 말아요. 그리고 나쁜 기억은 잊어요. 알았죠?"(19쪽)
'마음의 종류'는 '5학년 4반 스토리'라는 블로그 이야기다. 누군가 지어낸 아이들의 일상이 올라오다가, 이 블로그를 만들었던 유지가 선생님과 상의한 후에 블로그 내용이 바뀐다는 줄거리다. 처음에는 악의로 가득했던 내용이 선의로 훈훈해지는 글로 탈바꿈된다. 나쁜 소문과 험담은 빠르게 퍼져가지만 미담과 칭찬은 참 더뎌 보인다. 그래서 더 센, 지속적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선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 글에서는 어른, 곧 선생님의 역할이, 다른 동화에 비해 비중 있게 나온다.
'달리기'에서 나와 준호는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하고 싶어한다. 나는 단거리를, 준호는 마라톤을 원한다. 코치가 허락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둘은 자신들만의 달리기를 즐기려고 한다. 왜 달리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 스스로 "즐거워지기 위해서"라고 답하면서, "규칙이 있는 길이지만 이곳에서 달리는 건 우리"(43쪽)라는 마음으로. 달리기 자체가 상징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즐거움과 의무의 균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한 동화다.
'고무 이빨이 필요한 순간'에서는 원욱이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천 원짜리 고무 이빨을 낀 채 말을 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저것을 왜 소중하게 쥐고 다녔는지를 떠올렸다. 용기를 사고 싶었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으니까."(57쪽) 그러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의 전화를 받으며 원욱이 고무 이빨에게 대답을 맡긴 장면은 좀 짠했다. "...보고 싶어요."(58쪽)
'과외 선생님 이름은 탕구안'에서 중훈은 아이들 앞에서 외국인한테 과외받는다고 허풍 떨다가, 실제로 공장 불법 노동자 탕구안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 아빠의 도움을 받아 월급도 못 받고 추방될 상황에 놓인 탕구안을 돕는다. 중훈의 전화로 뭔가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는 설정에 빈틈이 보이지만, 이 동화는 장편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겠구나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영수 아빠의 머리 모양을 뜻한다. "앞에서 보면... 운동장에 쌓인 첫눈처럼 반짝거렸다."(78쪽) 영수는 아빠가 자기 반 특별 수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대머리 아들"이라고 놀림받을까 봐 걱정이다. 아빠가 창피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눈빛과 시선이 무서웠다. 결과는 기우였다. 반 아이들은 영수 아빠가 등장하자 대환영이다. (그 이유는 이 동화를 읽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에 실린 '공주와 열쇠공'은 앞서 나온 생활동화와 좀 구별되는데,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10년 전에 일어난 이야기라면서 시작된다. 왕은 결혼하지 않으려는 공주가 고민이다. 그래서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에게 공주와 결혼시키고 엄청난 재산을 주겠다고 인터넷 광고를 내는데... (마음 문을 열지 않는 공주와 무엇이든 여는 열쇠공이라는 설정이 조금 유치한 느낌도 든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어떤 재미로 다가올지, 그 점이 궁금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종종 실감한다. 작은 어른이구나. 아직 어리지만 이런저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며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떤 것이든 뭔가 강요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곤 한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마음으로 여러 편의 동화를 쓴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굳이 옳고 그름이나 문제의 해결 방식을 어른의 입을 통해 서술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어른스러운 아이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그래도 이런 마음은 어때? 이런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식으로 넌지시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슬쩍 초등학생 자녀나 조카에게 건네볼 만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