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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펼치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
샤를로트 길랑 지음, 올리버 애버릴 그림, 김지연 옮김 / 런치박스 / 2021년 6월
평점 :
샤를로트 길랑의 국내 번역본 가운데 최근작 <그 나무는 무엇을 보았을까?>를 보지 못했을 뿐, 전작 두 권을 인상 깊게 읽었다. 아이에게 보여줄 놀이 같은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높이높이 하늘 위로 우주 탐험>이었고, 그보다 앞서 나온 <꿈틀꿈틀 땅속으로 지구 탐험>을 나중에 읽었다. 이번 신간 <손으로 펼치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과 더불어, 세 권의 공통점은 병풍책이라는 점이다. 하늘 위 우주, 땅속 지구가 그러했듯이, 이 책은 세상을 한 권에 담아보겠다는 큰 포부를 가졌다. 우주와 지구 탐험처럼, 세상 여행도 '펼쳐지는 책'의 구성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사실, 앞선 두 권의 경우 글작가보다는 그림작가에 주목했었다. 한 페이지가 아니라 전체 페이지를 하나의 그림처럼 구성해서 그려낸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책을 2.5미터로 펼쳐지는 형태, 앞뒤 병풍처럼 편집하고 인쇄한 출판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 모든 게, 글작가의 아이디어로 출발하고 그가 선별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글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가 실감하게 된다.
작가를 보기 전에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각 나라의 유명한 건축물과 유적지,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책 속 여행이라면, 아이와 함께 당장 떠나고 싶었다. 기대하며 책을 펼치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도 소개되어 있나?'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 책의 별면에는 세계 지도 그림이 나오고, 책에서 따라간 여행 경로를 보여주는 부분이 나온다. 본문에서는 도시와 국가 여행은 50개 나라, 자연 여행은 49개 지역, 총 99개의 여행지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을 발견했고, 본문에서도 우리나라의 무엇이 소개되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을 시작으로, 이슬람교 사원인 대모스크가 있는 말리, 기독교 사원의 흔적인 바위 사원이 있는 터키, 청동기 유적 샤르이 쇼흐타가 있는 이란, 힌두교 성지 바드리나트 사원이 있는 인도로 간다. 고대 유적, 종교 사원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초고층 건물 높이가 소개되기도 하고 다양한 축제 현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간중간 여정과 행로도 나와 있다. "배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해 호주로 갑니다.",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브라질로 갑니다." 등을 보면서, 각 여행지가 단절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길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베네수엘라의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길다고 하는데, 해발 4,765미터 높이의 안데스 산맥 봉우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 (이 대목에서, 문득 통영 여행 중 케이블카를 탔을 때 밖으로 내려다본 풍경도 떠올려보게 됐다.)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미국에 대한 비중이 조금 많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유적인 아크로폴리스를 끝으로 도시를 벗어나, 러시아의 볼가 강을 따라 카스피 해에 도착한다. 앞선 문명의 세상 여행도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국립공원, 열대우림, 갈라파고스 제도 등의 자연 풍광 여정이 더 좋다.
태국 서부 숲의 동굴 속에는 가장 작은 키티돼지코박쥐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길이가 3센티미터다. 폭포 소개도 재미있는데, 미국과 캐나다 국경 사이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비롯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270개의 물줄기로 이루어짐),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979미터 높이에서 떨어짐), 아프리카 남부 잠베지 강의 빅토리아 폭포('포효하는 연기'라는 뜻을 가짐) 등이 있다.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를 마지막으로 책 속 여정이 모두 끝났다.
아이들이 가볍게 그림을 넘겨보면서 놀이하듯 읽어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거실에 주욱 늘어놓고 봐도 좋고 아이 주변으로 빙 둘러 세워놓아도 좋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살짝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있어도 상관없다. 재미있게 넘겨보면서 혹은 펼쳐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 수록된 국가와 지명, 건축물과 유적지, 문화유산, 자연 경관 등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새겨질 테니까.
책의 사각 모서리만 주의한다면 영유아부터 볼 수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독후활동으로 다른 책들과의 비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세계 유적지나 문화유산, 건축물 등을 소개한 다른 책들을 함께 읽고, 저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비중 혹은 주요 관심사를 관찰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면서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