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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말을 먹고 자란다 - 15년차 상담교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의 행복한 대화법
지현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제목 자체가 책을 읽도록 이끌어주네요. '15년차 상담교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의 행복한 대화법'이라는 책 소개 문구도 시선을 끌었어요. 저자는 현재 심리상담센터 소장이고요, 초등학교 전문상담사를 맡은 이력도 있어요. 지금까지 심리, 상담 관점에서 자녀 양육을 다루는 책들이 워낙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의 제목과 차례 구성만 보면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자녀 양육의 현실에서는 방대한 지식이 무슨 의미일까요. "다 아는 내용이야."라는 말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매번 알지만 적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느끼니까요. 이 책을 통해, 부모의 말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보고 실제로 적용해보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이 책은 부모의 말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한다는 일관된 흐름으로 서술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저자가 실제로 초등학교 전문상담을 맡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이론이나 설명을 앞세워 '이러이러해야 한다'가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 상담 내용을 주로 소개해주는 식이지요. 이후에 저자가 부모와의 역할극을 통해 그 부모로 하여금 아이 심정을 헤아려보게 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저자가 '감정조율 & 관계코칭'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니?" 하고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이 "오늘은 학원 쉬어."라는 말이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저자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말라거나 무조건 쉬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권하거나 학습과목을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무조건 하라는 위압적인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지요. 함께 규칙을 정하고 벌칙 적용도 아이 스스로 정하도록 합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아이 기질에 따라서요. 이 부분은 참 중요하다고 공감하게 돼요. 공부도, 놀이도 모두 아이 주도로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겠지요. 어릴 때부터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상담 요청하는 내용 중에 따돌림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을 보면서 정말 심각한 문제구나 싶었어요. 어울리는 그룹의 리더였다가 한순간에 '은따'가 되거나 절친의 배신에 아예 '함묵증'을 가진 채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사례도 있었어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실제는 교사나 아이들과의 갈등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경우도 있었지요. 저자가 이 책에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부모의 (잘못된) 말이고, 해결책으로 제시한 부분 역시 부모의 (제대로 된) 말입니다.
저자가 볼 때, 아이의 부모와의 원활한 소통 여부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부모가 호통치듯 하는 말투를 친구에게 그대로 사용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자는 소통을 위해 훈계나 충고 같은 조언을 하지 말고, 자녀와 '공평하게' 싸우라고 말합니다. 부부가 그렇듯이 자녀와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부모가 먼저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고 서로 솔직하게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해당 주제에 따라 잘못된 대화방식과 바람직한 대화방식의 구체적인 예가 제시되어 있으니 참고할 수 있고요, 자녀의 인성교육은 "나와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안 된다"는 금지선과 "나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수용선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라는 입장도 되새겨볼 만합니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 아이의 자존감과 자존심 모두를 키워주는 부모의 말이 가지는 중요성을 상기해봅니다. 아이들의 실제 사례들이 많이 와닿았어요. 저자는 부모의 말을 이야기하면서 부부 사이의 말도 함께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가 언급한 '이혼'을 잠깐 생각해보면요, 저자는 이혼 상황이 올 수 있을 텐데 어린 자녀가 있다면 이혼하고도 끝내지 못하는 관계로 남게 되니 차라리 시기를 늦춰 고등학교 졸업 후에 하기를 권합니다. 저자 말처럼 부부 갈등 해소의 노력을 해보는 게 필요하겠지만,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굳이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요. 현실적인 상황과 여건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자녀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빨리 결단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불행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과연 자녀에게 좋을까 싶고요. 아무튼 부모의 말, 부부의 말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