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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 -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130가지 방법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20
엘렌 서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책 소개에서도 짐작하고 기대했던 것처럼, 고마움을 일깨우는 그림책이다. 이 책 자체가 선물인 느낌이다. 작가는 여섯 권의 그림책을 냈다고 하는데, 번역된 이 책이 첫 그림책이다. 표지를 펼치자마자 "조카 엘제를 위하여. 이 힘든 작업은 모두 너를 위한 것이었어." 하는 작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에게는 이 책이 조카를 위한 선물인 셈이다.
처음에는 이런 발상으로도 그림책을 만들 수 있구나 신기한 마음이었다.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 인성을 심어주는 그림책, 동화는 대체로 이야기 중심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130가지 방법'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내용이 100가지가 넘는다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제한된 이야기 중심이 아니라서 좋다. 뭔가 생각의 통로를 활짝 열어둔 느낌이고, 이 그림책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여러 갈래로 뿜어져 나올 것 같다.
"안녕! 내 이름은 앤디야. 고마운 사람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아주 많은 얼굴이 떠올랐어. 넌 누구누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니?"
작가는 주인공 앤디를 소개하고, 그 아이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그림책 양면에 걸쳐 앤디가 떠올린 많은 얼굴들이 그려져 있지만, 어린이 독자는 자연스럽게 앤디의 질문에 답을 해보게 될 것이다. 어른들과 함께 읽으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어볼 수도 있고, 그림으로 그 얼굴들을 하나씩 그려볼 수도 있겠다.
이후에 다른 질문들과 답변에 해당하는 그림들이 이어진다. "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고마운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겠구나 싶다. 아이의 답변을 들으면서,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지, 또한 얼만큼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고마운 사람들에게 특별한 걸 줄 수 있다면 무엇을 주고 싶어?"라는 질문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이어진다. 그리고 끝부분에는, 어린이 독자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부록 활동을 담았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게 건강에도 좋다는 글을 많이 보게 된다. 감사와 그에 대한 기록을 독려하는 차원이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성인이 되어 일상에서 감사를 놓치고 산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자녀와 조카의 선물용으로 샀든 우연히 보게 됐든, 어른 독자가 이 그림책을 손에 쥐었다면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 될 듯하다. 실상 고마움을 자주 잊고 사는 어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줄 책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