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징 -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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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 크리스틴과 문의 우정을 담은 그래픽 노블! 사실 이런 소개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제목의 구체적인 의미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스타게이징 stargazing

1. 별을 바라보고 관찰함.

2.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에 빠짐.

3. 스타를 쫓아다님.

친구들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워가는 것일까.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내용일까. 좋아하는 스타를 쫓아다니는 친구도 나오는 이야기일까.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하면서 책을 펼쳐본다.

크리스틴이 친구들과 함께할 때 낯선 인물인 문이 등장하고 편견의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간다.

"쟤 이름은 문이래."

"그러니까 세일러 문 할 때 문."

"흠. 이상한 이름이네."

"쟤네 엄마는 옆집에서 묘목장을 운영하는 것 같아. 저번에 내가 봤던 식물한테 노래 불러 주던 여자가 쟤네 엄마야. 좀 이상하지 않냐? 그러니까 아이한테 '문'이란 이름을 붙이지."(17쪽)

이름만 알 뿐인 아이에 대해, 그 아이의 엄마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대화다. 뭔가 남과 다르면 이상하다고 여기는 문화는 어디서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외부인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일 수도 있겠다. 막상 문을 가깝게 대면한 크리스틴은, 집에 돌아와 문에 대해 "자신감 넘침, 재미있음, 아시아계 같지 않음"이라고 노트에 적는다. (그런데 크리스틴이 생각하는 '아시아계다움'의 이미지는 뭘까.)

크리스틴과 문은 점점 친해지고, 학예회 때 함께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로 한다. 크리스틴은 문을 더 많이 알아간다. 문은 크리스틴에게 '상상 속 친구들'인 선녀 그림도 보여주고, 천문대 견학 때 "나의 진짜 집은 저 하늘에 있어"라고 속삭이더니, 함께 밤하늘의 달을 보면서 "난 사실 하늘나라 사람"이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크리스틴의 아빠는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좋게 여기지만, 딸에게 이런 말을 거침없이 던진다.

"너랑 걔는 앞길이 달라. 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명심해라."(121쪽)

이랬던 아빠가 이야기 후반부에 이르면 딸에게 사과할 뿐 아니라, 자책하는 딸에게 의미 있는 대사도 남긴다. (이 대목에서는, 딸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려주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 잘못이 아니란다, 크리스틴.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어.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더라도 그걸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일을 할 수는 있어."(194쪽)

크리스틴의 다채로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문을 좋아하고 질투하고 멀리 하면서도 신경 쓰고, 못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일로 더 피하게 되고, 걱정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그러다가 문에게 "네가 있어서 좋아"라고 말하기까지. 이 과정 가운데 크리스틴의 표정만 봐도 감정 변화의 진폭을 느낄 정도다. 전반적으로 그림체 느낌이 정겹고 따뜻해서 좋다. 이 그래픽 노블 속의 스타, 문의 발랄하고 솔직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

이야기 속에서 두 번씩이나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건에 대해, 나만의 의문을 가져본다.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누군가 함부로 말할 때, 그리고 비밀로 간직해온 무엇인가를 누군가 들추며 조롱할 때, 아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이에게 어떻게 대응하라고 가르쳐야 할까.

우정을 맺고 더 단단히 만들어가는 이야기, 아이와 소통하는 부모의 모습, 공동체 안의 편견, 그리고 나만의 스타게이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풍성한 그래픽 노블이었다. 그림을 보면서 목소리가 재생되어 나오는 착각이 들 만큼 생생하게 읽었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삼은 부분이 많다는 '작가의 말'도 인상 깊게 보았다. 젠 왕의 전작 <왕자와 드레스메이커>를 찾아 읽어야겠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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