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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만 알면 누구나 푹 잘 수 있다 -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수면처방전! ‘저절로 잠드는 법’
이헌정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1년 2월
평점 :
잠에 대한 신간을 찾아보던 중 이 책이 눈에 띈 이유는, 제목에 들어간 단어 '생체시계' 때문이다. 2017년 '일주기 생체시계의 유전자' 규명으로 세 명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생체리듬과 관련된 책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생체리듬이 깨진 것 같은 몸과 마음 상태에 이른 최근에서야, '생체시계'를 제대로 알아서 어그러진 잠의 패턴을 바로잡아야겠구나 싶었다.
한때 건강관련 서적에는 일본 번역서가 많았던 듯한데, 어느 순간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좋다고 느꼈다. 이 책은 국내 최고의 수면 전문가로 자처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이다. 전체적으로 상세한 서술과 함께, 최신 연구결과, 관련 상식과 시각자료, 행복수면을 위한 팁 등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1장에서는 잠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수면의 깊이와 단계, 유익, 잠을 조절하는 뇌 기능, 수면과 각성의 원리 등을 서술한다. 2장에서는 불면증과 수면 부족의 위험성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는 평소 수면의 양과 질이 충분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세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질문 1. 평소 자명종 없이도 쉽게 일어나는가?
질문 2.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함을 느끼는가?
질문 3. 주말이나 휴일에 평일보다 더 자는 수면량이
2시간 이내인가?(74쪽)
위 질문들에 대해 어느 하나라도 '아니오'가 있다면, 평소 잠의 양이 부족하거나 잠의 질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잠 부족 탓에 '잠빚'이 늘수록 건강상의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1, 2장의 내용이 과학적 이론을 포함한 사전 지식 편이라면, 3장부터 5장까지 숙면을 위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서술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아데노신의 축적으로 자연스럽게 잠을 부르는 '항상성 과정'과 24시간 하루 주기에 따른 생체리듬인 '일주기 과정'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항상성을 방해하는 요인은 낮잠이다. 또한 인간을 비롯한 주행성 동물은 24시간보다 긴 일주기 시계를, 박쥐 같은 야행성 동물은 그보다 짧은 주기의 리듬을 가지는데, 인간은 아침 빛 덕분에 생체리듬을 약간씩 앞당겨 24시간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아침에 충분한 빛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신체 활동, 식사 시간, 규칙적인 사회 활동도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자극제다.
저자는 만성불면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등의 수면장애에 대해 알려주고, 야식과 야간 스마트폰 사용 등 여러 수면 방해 요인들을 경계한다. 무엇보다 수면제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아침 산책하기, 낮잠 안 자기, 활동량 늘리기를 해도 불면증을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수면장애가 있는지 상담해볼 일이다.
"잠만 쏙 들게 하고 각종 부작용과 내성과 의존성이 없는 수면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이상적인 수면제는 없다. 게다가 그런 수면제의 존재는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잠은 낮밤에 맞춰서 사는 24시간의 일주기 생체리듬의 결과이기에, 낮 동안 충분한 빛 노출과 활동이 선행되지 않으면서 밤에 잘 자기 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179쪽)
저자는 수면제 복용을 아예 시작하지 말고 수면 리듬을 회복하기를 권한다. (오래전 가족이 수면장애로 인해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 짧은 복용으로 끝나서 다행이었지만, 그때 의문이 들었다. 내과든 정신과든 의사들은 왜 그리 쉽게 수면제를 처방해주는가. 수면제 처방받으러 병원 갔다가, 그 부작용을 해결하려고 또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격이라면, 처음부터 의사들은 수면제 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책은 잠들기 좋은 자세는 무엇인지, 어르신은 적게 자도 좋은지, 아침형 인간이 좋은 것인지, 춘곤증과 월요병을 어떻게 이겨낼지, 잠이 안 올 때 이런저런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적 소견을 덧붙인다. 어떻게 하면 잠을 푹 잘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책은 이론과 실제를 겸비했다. 개인적으로, 내 안의 '생체시계'의 중요성을 일깨운 점이 가장 좋았다. 숙면을 위한 어떤 비법을 찾아나설 게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지 않는 숙면의 기본원리에 충실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