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방역 살처분·백신 딜레마 - 왜 동물에겐 백신을 쓰지 않는가
김영수.윤종웅 지음 / 무블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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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김영수 PD가 밝힌 대로, "MBC충북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살처분, 신화의 종말>의 내용을 각색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만든 일종의 취재기"(173쪽)다. 공동 저자인 윤종웅 수의사는 다큐멘터리 제작 때 함께했고, 이 책의 5장(현장 수의사가 바라본 조류인플루엔자) 부분을 집필했다. 내용과 방향성이 꽤 명료한 책 제목이다. 2018년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내용인 줄은 몰랐고, 제목만으로 궁금증을 가져서 펼쳐본 책이다. 동물들의 살처분 뉴스를 접할 때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막연한 의문을 가졌던 배경도 있다.

저자는 '살처분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키워드 '우역'을 발견한다. 살처분의 시작점은 소의 질병인 '우역'으로, 2011년 이미 종식 선언된 전염병이다. 문제는 구제역은 우역만큼 치명적이지 않은데, 1715년 우역 때 처음 고안된 감염 차단법인 살처분을 고스란히 구제역 대처에도 적용한다는 데 있다.

저자 일행은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을 쓴 수의역사학자 아비게일 우즈 교수를 찾아 영국 런던의 킹스컬리지로 향한다.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1920년 구제역 살처분의 배경에 자국 축산에 대한 보호주의가 숨겨져 있다고 봤다. 영국의 강력한 살처분 정책에는 우리 것은 보호하되 외국 종은 죽여도 마땅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이후 일행은 유럽 국가도 동일한 생각일까 궁금하여 네덜란드로 향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백신 접종으로 병의 확산을 막은 뒤 그 방역대 안에서 살처분하는 방식을 취한다. 나아가 백신 정책이 잘 수행된다면 더 이상의 살처분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저자 일행은 FAO(식량농업기구) 조류인플루엔자 정책 자문관인 레스 심스 박사를 만나기 위해 홍콩으로 향한다. 박사를 통해 백신 정책을 쓰는 홍콩 정부의 사례를 듣고, 백신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전파 속도를 늦춰주었고 인간 전염 사례는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일행은 '농림축산식품부'를 찾는다. 그리고 "백신을 사용하면 닭이 병에 걸렸는지 모른 채, 바이러스를 계속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살처분이 유일한 대안"(98쪽)이라는 답변을 듣는다.

"동물복지 농장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농장을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게 하는 제도이다."(102쪽)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은 어떠할까. 다른 농장들에 비해 닭을 인도적으로 키우지만, 결국 전염병이 돌면 살처분해야 하는 것은 동일한 셈이다. 일행은 우리나라 최초로 살처분을 거부한 동물복지 농가인 '참사랑 농장'을 찾아 익산으로 향한다.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은 "닭의 생태적인 특성을 잘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아져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109쪽)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조류인플루엔자 최초 발생 농장 3km 농장 모두를 살처분하라는 방역 당국의 결정에 따라 자식처럼 기르던 닭을 폐사하게 된다. 살처분을 거부한 '참사랑 농장'은 익산시로부터 '가축방역법' 위반으로 소송당하고 2018년 취재 당시 조정 결렬 상태다.

"3km 방역대는 공기를 전파할 수 있는 바이러스 특성들 때문에 주변을 빠르게 살처분해야 하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생겨난 방역 관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량으로 하루 안에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는 시대인데, 오히려 바이러스 역학적으로 주변 농장이 꼭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중략) 차량의 동선과 사람의 이동을 좀 더 세밀하게 추적해 좀 더 정교한 방역을 할 수는 없을까?"(124쪽)

윤종웅 수의사는 과도한 방역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또한 좁은 사육 면적과 면역력은 인과 관계가 없다면서, 동물복지 농장에서도 전염병 질병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은 백신이나 사전 감염으로만 생길 수 있기에,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은 백신 없이는 아무리 건강한 닭이라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대규모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이후 가금수의사회 등에서 백신 정책을 주장해 항원 뱅크를 수립했다. 항원 뱅크란, 백신을 만들기 전에 바이러스만 증식해 보관한 상태다. 여기에 적당량의 보조제를 넣어 병에 포장하면 단시간 내 백신을 생산한다고 한다. 윤 수의사는, 살처분과 백신을 함께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바이러스를 빠르게 제거하는 살처분의 장점,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는 백신의 장점을 두루 살리자는 것이다.

살처분이 아니라면 곧장 백신 투입이 이루어질까. 그렇지도 않다. 백신 맞은 고기의 유통 문제가 걸린다. '오염된 고기'로 생각하여 사람들이 사 먹지 않는 것이다. 백신 접종한 닭고기를 먹어도 안전할까? 이에 대한 윤 수의사의 답변을 요약해보면, 한마디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이면 폐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먹을 일이 없고, 달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감염을 일으킨 사례도 없다. 우리가 먹는 닭고기와 달걀은 이미 사육 중에 여러 가지 백신을 접종해서 사육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사람의 예방접종처럼 백신은 면역만 일으키고 흔적은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축산물은 안전하다"(145쪽)는 말은 부연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일행이 10년 지난 살처분 매몰지의 사후 처리를 하는 익산을 찾았을 때, 토양 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10년이 지나도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플라스틱 재질의 마대자루와 소독을 위해 뿌려둔 석회가루, 땅속의 온도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목을 보면서, 무리한 살처분의 후유증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다는 반증 같았다. 무조건적 살처분 정책은, 멀쩡한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생명의 문제뿐 아니라 환경오염의 측면에서도 깊이 고민할 부분이겠구나 싶다.

이 책을 통해 동물 방역을 어떻게 해오고 있는지, 살처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해당 전염병의 특성과 백신 개발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을 살필 수 있었다. "왜 살처분을 해야 하지?"라는 하나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련 책들을 보고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하고 이와 관련된 현장을 취재한 결과, 책 한 권이 나왔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따라가며, 취재 현장에 동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발판으로, 동물 방역에 대한 다른 논의들, 살처분 일변도를 벗어난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백신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닭을 정말 먹어도 될까?"라는 의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추후 다른 관련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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