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부탁해 - 이은아 박사의
이은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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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치매 증상이 하나둘 늘어서 불안한 사람

v 치매 가족력이 있어 예방하고 싶은 사람

v 치매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원하는 사람

v 치매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람

이 책 뒤표지에 제시된 독자층이다. 솔직히 여기에 해당사항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가족 중에 뇌혈관질환을 가진 분이 계셔서 뇌 건강에 대한 책을 꾸준히 찾아 읽는 편이고, 이 책 역시 그런 차원에서 선택한 정도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내게 새로움과 각성을 안겨주었다. 기존에 나왔던 책들로 인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치매 정보에 대해, 그동안 몰랐거나 간과했던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치매는 쓰나미처럼 갑자기 '쾅' 하고 찾아오는 병이 아닙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옛 속담처럼 일상생활 속에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서 야금야금 뇌세포가 죽어 가고, 결국 치매라는 병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33쪽)

이 책에서는 치매가 한순간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젊은 시절 생활 습관과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면 치매 확률도 높았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생활 습관과 성향을 돌아보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치매를 막을 수 있다. '이제 슬슬 치매 예방을 해볼까' 하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뇌 건강을 해치는 일상의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 나중에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 새삼 무섭게 다가왔다.

이 책은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들의 신체적 특징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치매에 걸릴 운명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신체적 변화가 있다면 더욱 치매 예방에 주의하라는 차원으로 언급한 것이다. 여기서, 혈관 건강과 어린 시절 영양 상태와 발육 정도가 뇌 건강에 영향을 주고 치매까지 이르게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 비결로 어렸을 때부터 "뇌 회로에 샛길을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늘 하던 대로만 행동하는 습성이 있어서, 늘 사용하는 뇌 회로만 발달되어 있다. 치매는 뇌세포 소실로 익숙해진 뇌 회로도 망가지므로 평소에 샛길 회로를 많이 만들어두면 좋다. 그 방법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뇌를 반복해서 사용하기, 내가 싫어하는 뇌 활동을 꾹 참고 하기, 익숙하고 편한 습관을 바꾸기 등이다.

"뇌 회로에 샛길을 만드는 데도 적절한 시기가 있답니다. 즉 뇌의 예비 용량, 예비 용적을 늘릴 수 있는 것도 45세 전입니다. 치매에 걸려 뇌 기능이 저하될 때 아직 살아 있는 세포들이 기능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젊어서부터 뇌 회로에 샛길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150쪽)

요즘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우가 많고 뇌의 과부하 상태를 자주 느끼는 탓인지, 뭔가 정신없고 허둥대곤 한다. 그래서 건망증이 자주 나타나면 뇌가 혹사당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책 내용이 와닿았다. 저자에 따르면, 이때 수면 부족 상태는 아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화를 많이 내지는 않은지 등 뇌 건강 상태를 돌아보고 뇌세포와 뇌혈관에 나쁜 영향을 주는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이 책은 '자가 진단부터 예방과 치료까지, 치매 대백과'라는 부제답게, 치매 자가 진단 설문지, 일명 '가짜 치매'라 불리는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 뇌에 좋은 음식과 식사법, 뇌를 자극하는 취미와 수면의 중요성, 기억 훈련 등 평소에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또한 치매로 진단받았을 때와 치매 가족을 돌보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상세히 나와 있다.

저자의 입장은 치매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또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저자는 치매 증상이 발현되지 않고 살 수 있는 반전의 예, 설령 치매에 걸려도 항상 감사하면서 여생을 잘 살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만약 내가 치매 진단을 받았거나 치매 가족이라면, 과연 이런 책을 찾아볼 여력이 생길까. 그런 상상마저 멀리하고 싶을 만큼, 치매는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내 글은 지극히 '치매 예방을 하고 싶은 독자'로서 한정된 것이다. 다만 지난 22년간 치매 환자와 가족을 만나온 신경과 전문의 이은아 선생님의 당부로,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

"'나는 절대 치매에 안 걸릴 거야'라고 부인하기보다 '내가 만일 치매라면' 하고 가정하며 치매에 대해 알고 대비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 해도 이로 인해 삶이 부서지지 않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중략) 치매 가족과의 긴 동행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마무리하려면, 환자의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자식 걱정, 가족 걱정하는 환자의 마음을 느끼고 앙금처럼 남아 있는 상처가 있다면 빨리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24쪽, 246-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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