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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30년간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우종영이 나무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지혜 35
우종영 지음 / 메이븐 / 2021년 2월
평점 :
나무에 대한 책들이 최근 부쩍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책이든 나무를 소재로 하면 좋다. 나무가 그냥 좋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백과사전식 지식을 담은 것부터 나무에 대한 에세이까지 다양하다. 이 책은 일종의 나무 에세이다. 처음 출간된 때로부터 20년도 넘었다. 이번 책은 10만부 기념 리커버북인 셈인데, 내용을 보면 왜 스테디셀러가 되었는지 알 것 같다. 제목도 너무 좋다. 저자는 나무 병원 '푸른공간'을 설립해 30년째 아픈 나무를 돌보는 나무 의사다.
이 책에는 스물다섯 종류의 나무와 그에 얽힌 사연이 나와 있다. 후반부에는 나무 자체에 대한 단상 열 가지가 펼쳐져 있다. 책을 펼치는 중간중간 4도 컬러의 나무들과 만날 수 있다. '나무에게 부치는 편지'와 '나무가 나에게 부쳐 온 편지'라는 특별 코너도 있다. 부록에는 실내 식물과 조경 식물로 나누어 '식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나와 있다. 한마디로 한 페이지도 놓치고 싶지 않도록 구성된 책이다.
천 년을 살아간다는 주목나무를 보며, 저자는 그 나무처럼 오래 해로하고 싶다는 소망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후배를 떠올린다. 무리 지어 피는 꽃 모양이 밥 공기에 담긴 쌀밥을 닮아 '이밥나무'로도 불렸던 이팝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저자는 배고팠지만 행복하고 따뜻했던 어릴 때를 그리워한다. 독야청청 소나무는 꿋꿋하게 가장 역할을 해온 아버지들의 모습을, 5리마다 한 그루씩 있었다는 오리나무는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는 쉼표의 의미를, 질긴 생명력을 가진 아까시나무는 값진 삶의 의미를 각각 일깨워준다.
또한 사랑의 매개체인 자작나무, 순교자에 비유되는 동백꽃, 봄에 피는 눈꽃인 조팝나무, 속 뚫린 느티나무, 두 줄기가 의지하며 자라는 등나무, 생강 향을 풍긴다는 생강나무, 위풍당당한 밤나무,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더디지만 단단한 회양목, 숨은 매력을 간직한 모과나무,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노간주나무, 첫사랑의 느낌 라일락, 단 한 번 개화하고 생을 마감하는 대나무, 강하면서 부드러운 서어나무, 오래 살지만 외로운 은행나무, 연하고 잘 끊어지는 줄기를 가진 사위질빵, 씩씩한 개나리, 더불어 사는 전나무, 정답게 짝을 이루는 자귀나무, 충절의 상징 회화나무 등을 저자의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나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서로 간에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너무나 절실하다. (중략)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217-218쪽)
"나무는 그렇게 제 살을 깎아 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잎들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는다. 아무런 회의 없이 과감히 잎을 내친다. 그들은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231쪽)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의 등나무, 교화였던 목련 등을 떠올려봤다. 저자만큼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이 있는 게 아니어서 새삼 놀랐다. 내가 이 정도로 나무에 관심 없이 살았던가. 사실 나무가 좋다는 느낌은 최근에야 가지게 된 것이니까. 지금부터 그런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면 되겠지. 다 읽은 후, 이 책의 제목처럼 나도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이 책에 나온 나무들 중에서는 오리나무, 회양목, 전나무 등이 특별하게 마음에 남았다. 내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때, 더딜지라도 차곡차곡 단단함을 채워가자고, 다른 사람들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쁨을 누리며 살자고, 내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