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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들링 2 - 첫 번째 ㅣ 엔들링 2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엔들링1>을 읽고 나서 빅스 원정대의 다음 여정이 궁금했다. 1편에서 "진실 안에 힘이 있다"는 문구를 인상적으로 봤고 진실과 거짓의 대립 구조가 두드러지게 느껴졌기에, 2편에서는 어떤 구절과 맥락이 나를 사로잡을지 두근두근 기대감을 가졌다. 그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중간까지 읽기도 전에, 어떤 상황과 설정에 좀 의아스러움이 느껴져 얼마 동안 이야기 밖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그 이유는 '배신자의 최후' 정도로 밝혀둔다. 사실 그 대목이 나중에 이야기 전개와 해결방법으로 나아갈 때 필요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엔들링2>에서 나를 사로잡은 부분은 '꿈'이었다. 한마디로 이번 편은 '원대한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꿈을 크게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미약해 보였지만 점차 또렷해지는 꿈, 지극히 개인적인 꿈처럼 보였지만 서로의 꿈이 만나 뭔가 더 큰 의미와 가치를 품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빅스가 데언을 찾아 떠나는 여정 가운데 잠시 카라의 가문을 찾아가는 길로 새는 듯하나, 이는 궁극적인 큰 이야기의 밑그림이 된다. (자연스럽게 3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빅스 일행은 '타록'이라는 살아 움직이는 섬을 찾아 떠난다. 그 섬에 데언의 마을이 있다는 '전설'과 멀리서 얼핏 데언을 본 것 같다는 빅스의 '희망'을 붙든, 어찌 보면 희미한 꿈 같은 여정이다. 애써 찾아간 섬에서는 같은 또래의 데언인 맥신을 동행자로 삼게 되었을 뿐, 일행은 다시 펠라고강 근처로 가면 데언 마을을 찾을 수 있다는 '소문' 혹은 다른 꿈을 붙들게 된다. 토블, 맥신, 새로운 동행자 사비토와 함께 작은 원정대의 리더로 나서게 된 빅스는, 우여곡절 끝에 많은 데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여러분을 이곳에서 데려가기 위해 왔어요. 데언들은 카라산드 도나티와 협력해서 이 전쟁을 멈춰야 해요. 그래야 모든 종족의 죽음을 막고 네다라에 정의를 가져올 수 있어요!"(449-450쪽)
처음 빅스의 꿈은 자신의 종족인 데언들을 찾아나서는 것이었다. 엔들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러다가 자기 종족의 위험뿐 아니라 네다라 전체의 전쟁 상황을 알게 된다. 네다라의 평화! 이것이 빅스 안에 자신도 모르게 키워진 새로운 꿈 아닐까.
한편 데언은 '꿈만들기'를 한다. 꿈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는 것. 빅스는 꿈 속에서 한 데언을 만난다. 그는 데언어로 "다이 알우 머르크 레 위르타니"라고 속삭이는데, 그 말은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뜻이다. 그 순간 기억의 자락을 움켜쥐려고, 빅스는 꿈만들기를 위한 주문을 외운다.
"내가 꿈이고 꿈이 나다."(119쪽)
이 구절은 책 후반부에 다시 나온다. 빅스는 악몽을 꾸는 중에 필사적으로 이 주문을 외운다. 그것은 악몽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과도 같다. 그런 과정 끝에 결국 마음대로 꿈을 통제하게 되고, 예지몽처럼 책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하는 꿈을 꾼다.
책 중반 이후에는, 실제 원정대의 리더인 카라에 대한 에피소드와 활약상이 나온다. 1편에서 카라가 가진 검 '네다라의 빛'이 신비롭게 느껴졌고 정체를 숨겼던 카라의 가문 도나티도 궁금했는데, 2편에서는 그런 궁금증이 해소될 뿐 아니라 카라의 꿈이 소개된다. 그것은 순진하고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원대하며 결연한 꿈인데, 나티테 족의 그렌드왈리프와 나누는 대화(280-281쪽 발췌) 가운데 드러났다.
"전 아버지에게 돌아가 군대를 일으키기를 꿈꿔요."
"그럼 당신 군대는 어느 편에 서서 싸울 건가요?"
"어느 편도 아니에요! 나는 싸움을 막을 거예요. 내가 가진 모든 힘과 이 검이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서 전쟁을 막을 거예요."
"평화를 위해 검을 쓰겠다고요?"
"네."
"당신들이 '평화'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기 위해 아주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거예요."
포악한 자들인 무르다노와 카자르의 전쟁을 막기 위한 일은, 영웅 한 사람의 힘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한 번도 여성이 수장인 적 없던 도나티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인 카라에게 힘을 실어주지만, 몸집도 작은 막내였던 빅스가 그러했듯이 카라를 통해서도 '부족하지만 성장하는 리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카라의 검이 평소에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힘을 내재한 것처럼, 무모하고 불운해 보이는 원정대였지만 그들이 결국 네다라에 희망과 정의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3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