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앨봄이 전하는 인생수업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미치 앨봄의 새 책을 만났다. 작가의 책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이후 세 번째다. 이번에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제목에 '천국'이 들어간다. 이번 미치 앨범 소설 속에서도 죽음은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 애니가 가장 행복한 순간 죽음을 맞는다는 소개글을 봤을 때, 처음에는 이 소설을 읽지 않으려고 했다. 안팎으로 현실의 무게에 지칠 때라, 내심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애니의 삶 속으로 들어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궁금해졌다. 제목에서 말하는 "다 괜찮아요"가 어떤 의미인지, 주인공의 삶이 끝나버렸는데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이전에도 작가가 전해준 이야기들은 언제나 슬프지만 따뜻했기에, 슬픈 내용일 줄 짐작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기대하며 이 소설을 펼쳐보게 되었다.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다섯 번의 만남으로 구성되었다. 특별한 점은 본문 중간중간에 파란 글씨로 '애니, 실수하다' 항목을 넣은 것이다. 그 항목에는 애니가 두 살 때부터 스물여덟 살 때까지, 그 사이에 있었던 중요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이 항목을 통해, 애니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까. '애니, 실수하다'라고 각 에피소드 제목을 붙였지만, 어찌 보면 애니의 실수 혹은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애니는 살면서 겪었던 안 좋은 경험들, 그로 인한 불쾌감 때문에 스스로 실수투성이로 단정 짓고, 자신이 관여하면 뭐든 망쳐버리게 된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우리도 애니와 동일한 모습을 가질 때가 있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봐도 내 탓이 아닌 일에도 어떤 일이 어그러질 때 모든 게 내 잘못인 것만 같아 주눅 들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오래전 실수나 잘못이 떠오를 때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고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불쑥불쑥 가지게 되니까.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어떤 실수들을 해왔지?' 하는 생각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동시에 '그것들을 현재 어떻게 수용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천국에서 다섯 만남을 가지게 될 때마다, 애니는 삶 속에서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고 삶의 교훈을 얻는다. 그런데 그 만남들이 정말 모두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보게 된 대목들이 많다. 모든 만남을 마친 후, 책을 덮고 나서 다시 차례를 보았다. 각 만남에 붙여진 제목이 다시금 새롭게 다가왔다.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 

우리는 살면서 몸이 다치기도 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애니처럼 눈에 띄는 흉터까지 남는 사고를 겪는다면, 정말 감정의 롤로코스터를 겪게 될 것 같다. 분명히 큰 사고에서 살아 남았다는 게 감사하지만, 그 누구도 당사자에게 "너는 감사해야 돼. 그 정도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식의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적인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도 필요하고, 자신을 보듬어줄 부모님, 친구들도 필요하다. 어쩌면 애니의 방황은 채워지지 않은 결핍 때문이었을 것이다. 

애니가 천국에서 만난 친구는 정말 사랑스럽다. 애니가 껴안아준 대상은 가까운 지인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현실적이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애니가 만난 생명의 은인들, 마지막 이별까지, 한 문장 한 문장 애니의 심정을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온갖 두려움과 상실을 겪어도 천국은 거기서 기다리는 다섯 사람부터 시작해 모든 질문의 답을 갖고 있는 걸 알 테니까. 그들은 하느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245쪽)

우리가 살면서 겪는 어떤 의구심을 모두 해결받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적어도 삶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너무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일들(실수 포함) 모두 언젠가 어떤 큰 그림으로 그려질 테니까. 아니, 지금부터 그려지고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