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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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_송희구/서삼독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현실’ 같습니다. 그런데 앞에 수식어가 하나 붙습니다. ‘영화 같은’ 현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지은이 소개에 삼겹살, 달걀말이, 버거, 옥수수 수염차를 좋아하신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친근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읽는데 직장 생활을 하는 작가가 아침 눈을 뜨는 4시 30분부터 회사에 도착한 새벽 6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 아내와 맥주를 마시고 마치는 하루 동안의 일과가 나옵니다. 좌우 고개를 돌리면 누구나 이런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저로서는 간접적인 직장 경험이 되었고,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 망토를 쓰고 작가의 사무실을 활보하고 다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느 현실도 마찬가지지만 사회 생활의 갑갑함과 스트레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회사라는 곳은 공허함과 허탈감만 있다고 정의 내려버린 것은 아닌지.
내가 주인이 아니라고 해서 회사생활에 대한 의미를 내 마음대로 접어버린 것은 아닌지.
30대를 보낸 직장에서의 가치와 존엄성은 무시해왔다.”

회사를 성장할 수 없는 곳이라고 여겼던 작가는 이내 그런 마인드를 버리고 회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그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까 이 책은 ‘영화 같은 현실’이라고 표현했잖아요. 작가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지만 멀리서 보면 드라마, 가까이서 보면 ‘영화’라고요. 극적인 장면들이 한데 모여 있는 단편영화가 이어져 장편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게 인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단편영화 같은 하루가 되기 위해서는 극적인 장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는 용암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욕망이죠. 그래서 머리에서 냉각수로 계속 식혀줘야 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잠깐 사이에 급하게 저지르고 마니까요.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럼 그 끓는 용암은 어떻게 식히고, 냉각수는 어떻게 만들죠?”
“부지런한 발.”
“네?”
“자네가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그 발 때문 아니야? 난 그것 때문이라고 보는데.”

나의 가치를 끓어 올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물론 몸이 힘들기보다는 귀찮음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그 귀찮음을 이겨내는 게 바로 작가의 발이었죠.
극적인 장면이란 가장 오래 할 수 있고,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즐거울 것 같은 거 하나, 딱 하나를 일상에서 골라 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느냐, 하지 않느냐인데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고 안 하고의 경계는 시간이 지나면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김부장 시리즈를 닫으며, 송희구

저는 3편 송과장 편을 읽었습니다. 앞서 1 김부장 편, 2정대리, 권사원 편은 읽지 않았지만 찾아보니 많은 분들 사이에서 아주 호평을 받고 있더라고요. 제 리뷰를 보시고 이 책에 관심이 가셨다면 1, 2편도 함께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김부장이야기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김부장이야기3 #직장인책추천 #서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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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 비울수록 애틋한 미니멀 부부 라이프
에린남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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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_에린남 글, 그림/아르테 (2021)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 힐링, 따뜻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온기로 가득한 집, 따뜻한 난로 앞,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 싸여 흔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기분, 상상.

에린남 작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밝은 미래를 꿈꾸며 결혼하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선택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 왔습니다. 누군가 살림을 돌봐야 하지만, 남편은 공부하고 일하느라 고생하고 있었기에 작가의 몫이 되었습니다. 지쳐가던 와중, 집안일이 귀찮아지기 시작했고 집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건들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은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집 안을 비우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누구보다 스스로릏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내 모습은 일부에 불과했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해도 신혼 생활의 어려움과 갑갑함이 느껴졌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집에도 공간이 생기듯 작가님에게 여유가 느껴졌어요.

미니멀리스트란 말 그대로 최소한의 물건으로 사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물건들이 있죠. 사람마다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기준은 다를 겁니다. 나 한 사람조차도 그 기준이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 이거는 버려, 이거는 남겨두어야지… 라고 말하는 타인의 말에 흔들릴 수도 있는데요, 물건을 버리거나 중고 물품을 파는 과정에서 작가만의 생활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살아가는 동안 그에 맞는 생활 철학이 생겨 더 이상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게 중요한 것이죠. 나만의 가치관, 철학, 신념이 생기는 것, 그리고 내 철학대로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것을 그 자체로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요? 작가의 남편은 기꺼이 아내의 의견을 이해해주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맞는 생활과 소비를 하였기에 미니멀 라이프를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와 사이도 훨씬 더 가깝고 깊게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죠.

그래서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목이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잖아요.

책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영화처럼 펼쳐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부부는 여행을 하면서 취향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그중 중요한 일정은 초록색 잔디가 펼쳐진 공원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거라고 하는데요. 여기서부터 풀 냄새가 풀풀 나면서 싱그러운 분위기가 느껴져요. 저도 풀 위에 눕거나 앉아서 주위 풍경을 관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숙소에서 먹을 거리를 챙기거나, 근처 카페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사서 가신대요. 공원에 앉아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 있어요, 바로 날이 어느덧 어두워지는 것을 서서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은 꼭 시간이 벌써 이렇게 갔나,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공원에 놀러 가실 때 도시락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져 있는 음식을 구매하는 대신, 집에서 직접 내 손으로 만든 정성이 담긴 도시락은 어떨까요?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사서 목을 축내기 보다는 나만의 텀블러에 담아 제로 웨이스트 운동과 함께 작가님의 물 마시는 습관을 마음 안에 담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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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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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세계> _JTBC <A.C.10> 제작진 지음/중앙북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기원전을 뜻하는 B.C.와 기원후를 뜻하는 A.D.를 코로나 이전을 뜻하는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를 뜻하는 A.C.(After Corona)로 써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이제 정말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된 것일까?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변화될 새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 걸까?’

JTBC 팩추얼 <A.C.10> 프로그램 기획을 시작하여 현시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글로벌 석학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뒤 쓰여진 책입니다.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세 가지 쟁점이 제시됩니다.

첫째, 팬데믹의 장기화와 재유행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백신’입니다. 현재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들은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공적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국가의 백신 독점과 백신 제조사의 백신 쏠림 현상에 대해 깊이 우려가 됩니다. 이 책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백신의 특허권을 제거하고 팬데믹을 통해 얻은 신기술을 균등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온라인 수업, 재택 근무, 배달 앱 사용 증가로 팬데믹 이후 더욱 빠르게 발전한 AI 기술과 노동시장의 변화입니다. SNS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셋째, 정부는 모든 방역 절차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임무와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국가의 통제와 감시는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각종 가짜 뉴스와 음모론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위기를 돌파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지도자의 리더십, 시민사회의 자발적 통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바로 ‘거대 정부의 출현’에 관한 내용입니다.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국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큰 정부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팬데믹을 인문학적으로 봤을 때 시대적 변화를 초래했다고 하며,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초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질병을 통제하고 복지 제도를 활용한 국가들은 피해자를 최소화했지만, 정부 개입이 제때 되지 않은 나라는 뒤늦게 봉쇄 조치를 하며 경제적 피해를 크게 입었습니다.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국가들이 정부와 기업, 시장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정부의 역할은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물론 조지 오웰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 같은 정부 형태를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정부는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권위적이어서는 안 되며, 국민들이 신뢰하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여야 합니다. 그리고 큰 정부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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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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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위로> _김종진/효형출판 (2021)

이제까지 건축책을 제 기준에서는 꽤나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숨결이 고르어지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결이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 역시 에필로그를 읽는 데도 벌써부터 감정의 기울기가 수평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상태였죠. 건축이 어떤 것인가, 건축을 규정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건축물로부터 인간을 발견하게 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안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됩니다.

빛을 향한 건축 순례라. 빛이 목적인 여행이라니 건축물 여정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런 전제를 제외하고 봤을 때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빛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거니까 빛을 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난다는 건 생각해볼 수 없었죠.

“오늘 알았다.
어느 것에 너무 익숙해지면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익숙한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잠시 떠나야 한다.”

11월 6일 화요일 오전 4시 17분에 적은 일기입니다. ‘빛을 향한 순례’라는 말이 저에게는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김종진 작가님의 빛을 향한 순례는 과연 어떤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환희에 찬 미소가 아니라 서글퍼져 눈이 시렵고 퍼러지는 슬픔을 느낍니다. 함께 보지 못한 가족들이 떠오르는 연유입니다. 작가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여정 속에서 만난 깊고 아름다운 빛과 어둠의 건축, 음영의 공간을 마주하면서 느끼셨던 건 그들이 주는 위로, 이 감정과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건축물은 웅장한 교향곡처럼, 때로운 감미로운 실내악처럼 내면을 울리니까요.

<그림자의 위로>에서 고독과 건축 간의 상관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명사가, 게다가 건축이라고 한다면 고독보다는 집단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도 둘 사이에는 암묵적인 관계가 깊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러니다. 고독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만나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공동의 세계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무언가로 가득한, 세계 이면의 세계다. 바라간은 이를 ‘영성(Spirituality)’이라 불렀다.”

종교적인 영성과 신화적인 근원에 대한 확신 없이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우리에게 예술 현상의 존재 이유를 알려 준다.

즉 바라간은 내면의 침묵에서 평온함을 넘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풍경을 투영하는 거울 조각, 길게 늘어진 빛과 그림자는 한데 어우러져 내면에 깊은 공간을 만듭니다.

“영혼은 빛을 따름으로써 빛을 찾아야 한다.”

빛을 따라가다 그 너머의 빛을 발견하게 되고 계속해서 빛 속의 길을 가다 보면 영성에 도달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처음 빛을 발견하는 곳이 바로 ‘건축’인 것이죠.

영성의 세계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는 인식의 영역 밖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음으로써 바라봄을 갈망합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좇기 위해 건축물의 내부는 신비에 휩싸이게 됩니다.

성현은 자연, 일상적 장소, 혹은 평범한 사물에서도 나타나니 가까운 건축물에 들어가 빛의 시작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효형출판 #그림자의위로 #일상속의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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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자들의 브런치
정유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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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자들의 브런치> _정유나/메이킹북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글자인데 그림처럼 보이는 환상에 사로잡힙니다. 그림도 사실은 하나의 이야기잖아요.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실타래처럼 풀어나가면 이 책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별을 맛보다

“언젠가 옅어질 것들, 그것들의 냄새와 색은 내게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 잔상에 혀끝을 가져다 대는 게 내가 할 일. 잔뜩 묻어난 별 부스러기들은 내게 녹아든다. 그런 일들이다. 내게 펼쳐지는 것들은. 나의 조각, 나의 일부, 나의 전부. 그래서 나는 뿌리내리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을 위해 오늘도 기도한다.”

문장이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퇴색되고 촉감마저 사라집니다. 밤하늘에 떠있던 별이 아침이 밝아보면 몸을 숨기는 것처럼 언제 있었냐는 듯 상상 속 과거가 되어버립니다. ‘언젠간 옅어질 것들’. 그래서 오늘은 지금만이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날의 마음들을 오롯이 느끼려고 합니다. ‘그 잔상에 혀끝을 가져다 대는 게 내가 할 일’입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많이 담으며 미소 지었던 날인데 이날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행복했었냐는 듯 사라지는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는 생각에 인어공주의 결말처럼 눈을 적십니다. ‘그래서 나는 뿌리내리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을 위해 오늘도 기도한다’. 매일 시간 날 때마다 기억해야 할 것들을 꼭 일기장에 적어 놓습니다. 생각은 사진으로 찍어 놓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잔뜩 묻어난 별 부스러기들은 내게 녹아든다.’
별을 실컷 맛봤던 날이었기를 바라며, 오늘의 별을 밤하늘에 띄어 놓겠습니다.

🌙왼쪽 손
“사실 있잖아, 그런 것들 말이야. 내 왼손을 잡아주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숨을 느리게 만들어주는 것들. 대충 그런 것들이 내겐 소중하더라고. 오래된 종이에 스민 눈물이, 김이 서린 창문이, 비 오는 오후 차가운 공기가. 그런 것들이 나만의 것이 되어 마음 속에 번져갈 때 나는 꽤나 우쭐해지더라. 내 삶이 낭비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특별히 저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고 또 저만의 해석이 존재함을 믿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우쭐해지는 저만의 것은 왼손잡이입니다. ‘내 왼손을 잡아준다’는 것은 제 편이 되어 믿음을 주는 거라고 받아들인다면 ‘하늘로 향하게 하’는 것은 제 꿈을 함께 응원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숨 가쁘게 쉬며 달려 나갈 때 옆에서 물을 건네주고 있겠죠. 그런 사람은 언제나 소중합니다. 내가 나에게 소중해지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종이에 스민 눈물’ 같은 기억은 ‘김이 서린 창문’ 밖으로 느껴지는 비 오는 오후 차가운 공기’ 같은 분위기를 형성해냅니다. 오늘 흘린 눈물이 분명 빛났던 것을 보았습니다. 그 섬광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영원히 당신만의 아우라로 재탄생할 겁니다. 그러니 어떤 날도 낭비인 날은 없으며 내일은 우쭐한 표정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고난의 시대
“고난은 붉은 장미가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가시 돋친 줄기로 몸을 옥죄어 오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아름다움이니, 살이 찢기는 고통은 방관자의 눈살을 찌푸리게만 할 뿐 소용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 그래서 무성하고 탐스러운 장미꽃이 피어있는 곳을 게걸스럽게 탐닉하며 몸을 기울인다. 그 이야기엔 고난과 슬픔과 사랑과 권태가 묻어있다.”

고난을 이보다 아름다운 잔혹 동화처럼 표현한 문장이 또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겪은 고난을 생각해본다면 저는 이 동화 속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몸을 옥죄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결국 남는 것은 아름다움뿐이니’ 스스로가 방관자가 되어 고통에서 구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고난과 슬픔이 묻어있는’ 장미라도 겁 없이 기꺼이 피를 붙이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손에 쥐어진 장미는 몇 송이인가요. 정유나 작가님은 수많은 꽃들을 간직하신 채, 이제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로 우리들 곁에 향기를 남겨주고 계십니다. 외로운 날 달이 뜬 밤 꽃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운 자들의 브런치>였습니다.

*이 리뷰는 작가님으로부터 책을 선물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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