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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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위로> _김종진/효형출판 (2021)

이제까지 건축책을 제 기준에서는 꽤나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숨결이 고르어지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결이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 역시 에필로그를 읽는 데도 벌써부터 감정의 기울기가 수평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상태였죠. 건축이 어떤 것인가, 건축을 규정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건축물로부터 인간을 발견하게 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안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됩니다.

빛을 향한 건축 순례라. 빛이 목적인 여행이라니 건축물 여정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런 전제를 제외하고 봤을 때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빛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거니까 빛을 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난다는 건 생각해볼 수 없었죠.

“오늘 알았다.
어느 것에 너무 익숙해지면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익숙한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잠시 떠나야 한다.”

11월 6일 화요일 오전 4시 17분에 적은 일기입니다. ‘빛을 향한 순례’라는 말이 저에게는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김종진 작가님의 빛을 향한 순례는 과연 어떤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환희에 찬 미소가 아니라 서글퍼져 눈이 시렵고 퍼러지는 슬픔을 느낍니다. 함께 보지 못한 가족들이 떠오르는 연유입니다. 작가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여정 속에서 만난 깊고 아름다운 빛과 어둠의 건축, 음영의 공간을 마주하면서 느끼셨던 건 그들이 주는 위로, 이 감정과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건축물은 웅장한 교향곡처럼, 때로운 감미로운 실내악처럼 내면을 울리니까요.

<그림자의 위로>에서 고독과 건축 간의 상관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명사가, 게다가 건축이라고 한다면 고독보다는 집단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도 둘 사이에는 암묵적인 관계가 깊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러니다. 고독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만나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공동의 세계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무언가로 가득한, 세계 이면의 세계다. 바라간은 이를 ‘영성(Spirituality)’이라 불렀다.”

종교적인 영성과 신화적인 근원에 대한 확신 없이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우리에게 예술 현상의 존재 이유를 알려 준다.

즉 바라간은 내면의 침묵에서 평온함을 넘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풍경을 투영하는 거울 조각, 길게 늘어진 빛과 그림자는 한데 어우러져 내면에 깊은 공간을 만듭니다.

“영혼은 빛을 따름으로써 빛을 찾아야 한다.”

빛을 따라가다 그 너머의 빛을 발견하게 되고 계속해서 빛 속의 길을 가다 보면 영성에 도달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처음 빛을 발견하는 곳이 바로 ‘건축’인 것이죠.

영성의 세계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는 인식의 영역 밖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음으로써 바라봄을 갈망합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좇기 위해 건축물의 내부는 신비에 휩싸이게 됩니다.

성현은 자연, 일상적 장소, 혹은 평범한 사물에서도 나타나니 가까운 건축물에 들어가 빛의 시작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효형출판 #그림자의위로 #일상속의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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