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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과학자와 나의 차이에 대해서 책 제목을 보고 생각해 본다.
과학자는 매사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질문한다. 반면 나는 바다에 있는 생물 혹은 육지에 있는 생물에게조차 한 번도 그들의 생김새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아니다. 사실은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한 것이 맞는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생김새를 나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예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작 품어야 할 궁금증 대신에 하지 말아야 생각을 했으니, 뒤늦게 반성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자.
비단 이런 문제는 대상이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물 개체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의식에 사로잡혀서 마치 인간만이 최적의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했던가!
척추동물인 인간은 이 지구상에서 전체 동물의 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95%를 차지하고 있는 무척추동물에 대해서 뼈대 없는 동물이라고 비난하지 말자, :)
?
이렇듯 생물학이 과학 대중서로 의미가 있는 것은 다른 생물의 놀라운 진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인간 스스로 겸손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동물의 가치관을 배움과 동시에 삶의 지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생물학이 주는 재미다.
"몸의 구조에는 사는 환경, 생활 방식, 그 동물의 진화 과정 등이 반영되어 있다.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생존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다를 것이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동물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 머리말 중에서
저마다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철학적 생존 방식에 있어 차이 나는 것이 없는 동물의 세계다.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이야기 중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산호의 경우에 배설물은 산호의 세포 안에서 생기며, 그것을 세포 안에 있는 갈충조가 직접 받아먹기 때문에 낭비가 없고, 인간의 농작업보다 훨씬 효율성이 좋다.' - 31쪽
김훈 선생은 그의 산문 '밥과 똥'에서 이런 사유를 했다.
'서울의 모든 고층 빌딩을 바라볼 때 나는 그 속의 파이프를 통해 흘러내리고 있을 똥의 폭포를 생각한다. 이것을 다 끌어모아서 처리하는 작업을 인간은 영원히 계속할 수 있을는지. 정화 처리를 한다지만 강이 무진장으로 이것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무섭다. 나는 똥이 가장 무섭다. ' - '연필로 쓰기' 64쪽
산호와 인간이 배설물을 처리하는 것만 비교해 보더라도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산호는 '지구 온난화의 고감도 센스 '라고 하니, 산호와 갈충조 사이의 공생관계에서 어느 시인이 노래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라는 말이 이보다 더 아름답게 와닿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는 더 많이 먹고 더 잘 먹는 것으로 진화를 해 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간이 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만에 공격당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하지만 해삼과 같은 ' 극피동물은 다른 동물의 10분의 1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온동물과 비교하면 약 100분의 1이다.' - 235쪽
인간은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전쟁을 했다. 여기에 비하면 해삼은 천국에 산다.
"먹을 걱정도 없고, 먹힐 걱정도 없다. 이것이 바로 천국이 아날까?
해삼은 철저하게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지상에 천국을 실현하였다. "
뒤늦게나마 소식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삼 사진을 걸어 놓으면 벤치마킹 대상이 될까? 아니면 식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까?
해삼의 천국 실현 비법을 알게 되면 그를 다이어트 함에 있어서 벤치마킹하게 되지 않을까?
잠자리가 흔들릴 때 잠자리 날개 무늬에 내려앉는 가을빛을 노래하는 작가(김훈)도 있겠지만,
생물학을 배운 이는 부서질 것 같은 잠자리 날개로 시속 100KM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조용히 자리 잡고 앉는 잠자리의 고단함도 알게 되지 않을까.
이렇듯 놀라운 사실에서 배우는 생물의 진화는 인간의 진화가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재미난 생물학의 세계로 오시라.
재미와 지혜, 둘 모두 그대의 것이 되리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