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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 ㅣ 보통날의 그림책 3
토미 웅게러 지음,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토미 웅게러 작가님은 어린 시절, 2차 세계 대전의 추악함을 목격하면서 모든 폭력, 편견, 불평등, 광신주의를 혐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들이 지금은 친숙하지만 해당 작품이 나왔을 때는 파격적인 강도이거나 뱀, 아이를 잡아먹는 거인이었습니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 불평등 같은 것을 깨기 위한 작품 속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생각할 거리와 이야기할 거리를 많이 줍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머로 아이들과 어른들을 사로잡습니다. 그래서 [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가 우리말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2019년, 토미 웅게러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에 그가 평생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 응집되어 있을 거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는 북커버가 있는 책입니다. 북커버를 벗기면 하드커버가 드러나는데요. 올 블랙의 표지에 하얀 색으로 제목이 쓰여져 있는데요. 읽기 전부터 어떤 압도감이 느껴집니다. 저에게는 [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떠오른 키워드는 그림자, 연결, 희망, 선의였습니다. 옮긴이의 말이 책커버에 있는데 마음에 들어서 소개하겠습니다.
'전쟁과 폭력에 그 어떤 그림책 작가보다도 더 강력하게 정면 대응했던 웅게러, 자유와 평화와 화합을 위해 펜과 붓을 가열하게 휘두르기를 멈추지 았았던 웅게러.' 그를 기억하면서 그의 마지막 그림책을 읽어 나갑니다.

[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라는 제목이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아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끼? 그것도 위한다는 표현을 썼던 것이지? Non Stop이라는 말이 있어서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의 중요함, 반어법 같이 보여지더라구요. 그리고 펼쳐지는 회색톤의 면지는 도시와 분리, 무미건조함, 메마름, 생명이 없음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멈추지 말라는 말에 붉고 붉은색이 강렬하게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온전히 글로 시작됩니다.
새도, 나비도, 생쥐도 사라졌다.
풒과 나뭇잎은 시들어 버렸다.
꽃들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거리와 건물은 텅 비었다.
사라들은 모두 달로 떠났다.

어떤 상황인지 머리 속으로 선명하게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글을 읽는 순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바스코가 등장합니다. 그림자를 따라가고 그림자의 소리를 듣는 바스코. 그림자는 때에 딱 맞춰서 바스코에게 방향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이라는 이름의 생물을 만나게 됩니다.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경험하는듯한 바스코는 부탁을 청하는 '아무것도 아닌'의 말을 들어줍니다. 다시 시작된 여정은 믿음직한 그림자가 이끄는데로 갑니다. 홀로 그 많은 어려움들을 헤쳐나가며 부탁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바스코의 모습. 운전자가 없는 택시, 플라스틱 가로수, 티거 전차 한 부대, 부서진 노아라는 이름의 거대한 배, 무너지는 건물들, 기계화된 문명 등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도 바스코는 생명체에 대한 존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모든 일이 딱 때맞춰 일어나고 그것을 그림자가 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지금 이 그림책을 딱 때맞춰 읽게 된 것은 아닌지, 그래서 깨닫고 다르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암호 같고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속에서 미로 속을 헤매이는 것 같지만 각자 다르게 찾는 열쇠를 만나리라 여겨집니다. 여러 번 읽으면서 또 다르게 읽히는 토미 웅게러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을 이렇게 딱 때맞춰 읽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