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평점 :
기억과 망각.
과연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리고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가슴 아픈 사람에 대한 추억은 또 다르다. 그 추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면 그의 고통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 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망각은 없음이 아니다. 망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존재에 대한 기억이 없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진실을 감추는 것일 뿐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하데스의 세계로 가기위해 마셔야 하는 강물 중 레테의 강이 나온다. 레테의 강은 망각의 강으로 마시면 모든 과거의 번뇌를 잊게 된다. 희랍어로 레테는 망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잊음일 뿐이기에 레테가 없는(아-) 상태를 진리(아-레테) 알레테이아라고 한다.
소설의 처음, 두 남매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에서 자식을 잃은 아버지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 망각이었고, 소설의 마지막 오빠에게 닥친 마지막 절망이 곧 망각이다. 망각은 절망일까 선물일까. 그리고 그가 가진 기억은 너무 아름다워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슬픔인 것인가, 너무 끔찍해서 잊어야만 하는 고통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