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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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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읽기 책에 실린 이 책은 권정생님이 1969년에 쓰신 책입니다. 그 책이 약간의 수정을 거쳐 <길벗어린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길 담밑에 똥을 눴어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똥이에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강아지똥이 주인공입니다. 지나가는 참새가, 어미닭이 말합니다. 쓸모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개똥이라고...

강아지똥은 슬픕니다. 자기도 뭔가 쓸모이쓴 일을 하고 싶은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강아지똥이라니. 하지만 친구 흙덩이의 이야기를 듣고 강아지똥은 조용히 기다립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기까지.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강아지똥의 소원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을 때, 봄을 알리는 봄비가 내리는 어떤 날, 강아지똥 앞에는 파란 민들레 싹이 나왔습니다. 강아지 똥은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싹을 보고 부러워 합니다.

그 때 민들레 꽃은 말합니다. 자신이 하늘에 별만큼 아름답고 방실방실 빛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게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강아지똥입니다.
.............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 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립니다.

비는 사흘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 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이 <강아지똥>은 정말 가치없고 더럽다고 무시당하는 강아지똥조차 쓸모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는 시대에 아직은 물들지 않은 우리 꼬마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나서는 이런 질문을 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1.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어디인가요?
2. 민들레가 강아지 똥을 정말로 필요로했던 것처럼 여러분을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3. 강아지똥이 민들레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그렇게 소중한 것을 다 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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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 작가정신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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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관우의 노래 <늪>에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니까'

엠마누엘 베른하임의 세 번째 소설<그의 여자>에서 여자는 유부남인 - 아니 유부남이라고 자신을 밝힌 토마스 코바크를 사랑한다. 그가 비록 유부남이라고 했지만, 아니 오히려 유부남이기 때문에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해 상상할 꺼리가 훨씬 많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는 오로지 그녀에게 1시간 15분의 시간을 할애할 뿐이기 때문에 그 나머지의 시간은 그녀에게 온전한 사랑인 상상속의 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녀는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의 흔적을 하나씩 모아서 책상 서랍에 간직한다. 그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관계를 원했을 때 그녀가 반대한 유일한 이유는 콘돔마저 사용하지 않았을 때 그가 남기는 흔적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상상속의 아름다운 사랑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고, 잔소리도 없는 그녀에게 그는 결국 밝힌다. 사실 자신은 아이도 없고, 아내도 없다고.

여자는 이제 안심한다. 더 이상 그의 아내와 그가 같이 있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가 그의 아내가 될 테니까. 그가 설계한 원룸 형식으로 주방을 개조한 그 집에서 그녀는 그와 함께 살게될 것이다.

행복한 그녀에게 새로운 환자가 생겼다. 나이가 토마스와 비슷한 그 환자에게는 진짜로 아내와 두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의 직업은 토마스가 한 때 거짓말로 존재한다고 했던 토마스의 아내의 직업인 건축 설계사이다.

그 환자는 그녀를 보고 미소짓는다. 그는 치료비를 계산하다가 어떤 물건을 떨어뜨리고 간다. 그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간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떨어뜨린 물건을 줍는다. 그것은 성냥갑.

이제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지금까지 토마스의 흔적을 담아두었던 서랍을 열고 토마스의 흔적을 버린다. 이제 그 물건들은 소용이 없다. 같이 살게 될 것이므로. 그녀는 텅 비어버린 그 서랍속에 방금 그 환자가 떨어뜨린 성냥갑을 넣고 열쇠로 잠근다.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엠마누엘 베른하임의 소설은 놀라울 정도로 여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읽는 내가 속을 들켜버린 것처럼 느낄 정도로 적나라하게 내가 숨겨놓았던 나의 내면을 알고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 순간보다 그 남자를 만나지 않은 시간동안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하고 그래서 남자에게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해 줄것을 바라는 마음.

아무튼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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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반아 장미나무
베르너 베르겐그륀 지음, 김형국 옮김 / 이유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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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작가가 독일인이라서인지, 혹은 옮긴이마저 독문과 교수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딱딱한 문체에 딱딱한 내용이었다.

첫장에서 약 10페이지까지를 읽는데, 3일이 넘게 걸렸고, 그 다음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2시간이 걸렸다. 처음 읽을 때는 그 문체의 딱딱함과 내용의 긴장감이 없어서였고, 다음 두 시간을 읽을 때는 그 지루한 내용이 담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떠나야 한다. 그 남자는 그 여자와 헤어지기 전 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남자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이렇다.

가난한 남자가 귀족의 딸을 사랑하였다. 그리고 그 여자 역시 그 남자를 사랑하였다. 남자는 그 여자를 떳떳하게 맞아들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성공해야 했다. 남자는 여자를 두고 커다란 도시로 가려 했다. 떠나기 전날 남자는 여자를 만나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 그루의 장미나무를 간직해달라고 한다.

서반아 장미나무... 그 장미나무는 그의 분신이다. 화분에 흙 속에는 그 남자가 흘렸던 피가 스며 있었고, 그 남자의 머리카락이 썩어 들어 있었으며, 그 남자의 온갖 체취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 그 서반아 장미나무는 그 남자의 분신이었다. 남자는 그 서반아 장미나무가 담긴 화분을 그녀에게 맡기고 떠난다. 그녀는 남자의 무사를 위해 그 서반아 장미나무를 정말 소중하게 보살핀다. 그 장미나무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정도로.

그렇게 매일 그 장미나무를 돌보던 그녀에게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녀의 아버지가 욕심을 내고 있던 부자 사윗감을 위해 그녀와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녀는 매일 장미나무를 보살펴 달라는 약속을 어겨야만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녀는 친구에게 장미나무의 비밀을 가르쳐주고 부탁한다. 잘 돌봐주라고. 그리고 그녀는 짧은 여행을 떠났고, 친구는 그 장미나무를 보살핀다. 친구에게는 오빠가 있었다. 아름다운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친구는 오빠의 사랑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 장미나무의 비밀을 말하고 장미나무가 있는 한 그녀의 사랑이 굳건하리라는 것을 알고 서반아 장미나무를 화분에서 뽑아 정원에 던진다. 그리고 비슷하게 생긴 장미나무를 화분에 심고 매일 매일 시드는 약을 놓는다. 서서히 시드는 약을...

주인공인 '그녀'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장미나무를 보며 다스리려고한다. 그러나 그녀가 본 장미나무는 점차 시들어가는 평범한 장미나무였다. 그녀는 장미나무가 시드는 원인을 자기 자신의 죄에서 찾았다.

여기까지 이야기 했을 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질문했다. 왜 그것이 그녀의 잘못이냐고. 그 때 '한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해 주고,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반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엔 옥타비아가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장미나무에 불행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상황은,.... 즉 그녀의 영혼 안에 있는, 리잔더를 향한 그 어떤 힘이 한층 약해져 갔다는 것이오. 그것은 아마 옥타비아도 느꼈을 것이며, 또한 그녀가 자기자신에게 하는 비난도 이것에서 생겨나온 것이오"

<데미안>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간절히 바라라면 이루어진다고... 어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무의식은 인간의 원초적인 능력과도 같은지 모르겠다.

빨리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상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정원에서 한 장미나무를 발견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미나무를... 그 장미나무를 보면서 그녀는 매우 평온함을 느끼고, 결국 , 그녀는 무사히 그녀가 그토록 기다렸던 리잔더와 결혼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상황이 있을 때 그 상황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라는 것이다. 때로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굉장히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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