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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반아 장미나무
베르너 베르겐그륀 지음, 김형국 옮김 / 이유 / 2000년 9월
평점 :
글쎄. 작가가 독일인이라서인지, 혹은 옮긴이마저 독문과 교수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딱딱한 문체에 딱딱한 내용이었다.
첫장에서 약 10페이지까지를 읽는데, 3일이 넘게 걸렸고, 그 다음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2시간이 걸렸다. 처음 읽을 때는 그 문체의 딱딱함과 내용의 긴장감이 없어서였고, 다음 두 시간을 읽을 때는 그 지루한 내용이 담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떠나야 한다. 그 남자는 그 여자와 헤어지기 전 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남자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이렇다.
가난한 남자가 귀족의 딸을 사랑하였다. 그리고 그 여자 역시 그 남자를 사랑하였다. 남자는 그 여자를 떳떳하게 맞아들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성공해야 했다. 남자는 여자를 두고 커다란 도시로 가려 했다. 떠나기 전날 남자는 여자를 만나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 그루의 장미나무를 간직해달라고 한다.
서반아 장미나무... 그 장미나무는 그의 분신이다. 화분에 흙 속에는 그 남자가 흘렸던 피가 스며 있었고, 그 남자의 머리카락이 썩어 들어 있었으며, 그 남자의 온갖 체취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 그 서반아 장미나무는 그 남자의 분신이었다. 남자는 그 서반아 장미나무가 담긴 화분을 그녀에게 맡기고 떠난다. 그녀는 남자의 무사를 위해 그 서반아 장미나무를 정말 소중하게 보살핀다. 그 장미나무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정도로.
그렇게 매일 그 장미나무를 돌보던 그녀에게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녀의 아버지가 욕심을 내고 있던 부자 사윗감을 위해 그녀와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녀는 매일 장미나무를 보살펴 달라는 약속을 어겨야만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녀는 친구에게 장미나무의 비밀을 가르쳐주고 부탁한다. 잘 돌봐주라고. 그리고 그녀는 짧은 여행을 떠났고, 친구는 그 장미나무를 보살핀다. 친구에게는 오빠가 있었다. 아름다운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친구는 오빠의 사랑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 장미나무의 비밀을 말하고 장미나무가 있는 한 그녀의 사랑이 굳건하리라는 것을 알고 서반아 장미나무를 화분에서 뽑아 정원에 던진다. 그리고 비슷하게 생긴 장미나무를 화분에 심고 매일 매일 시드는 약을 놓는다. 서서히 시드는 약을...
주인공인 '그녀'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장미나무를 보며 다스리려고한다. 그러나 그녀가 본 장미나무는 점차 시들어가는 평범한 장미나무였다. 그녀는 장미나무가 시드는 원인을 자기 자신의 죄에서 찾았다.
여기까지 이야기 했을 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질문했다. 왜 그것이 그녀의 잘못이냐고. 그 때 '한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해 주고,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반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엔 옥타비아가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장미나무에 불행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상황은,.... 즉 그녀의 영혼 안에 있는, 리잔더를 향한 그 어떤 힘이 한층 약해져 갔다는 것이오. 그것은 아마 옥타비아도 느꼈을 것이며, 또한 그녀가 자기자신에게 하는 비난도 이것에서 생겨나온 것이오"
<데미안>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간절히 바라라면 이루어진다고... 어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무의식은 인간의 원초적인 능력과도 같은지 모르겠다.
빨리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상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정원에서 한 장미나무를 발견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미나무를... 그 장미나무를 보면서 그녀는 매우 평온함을 느끼고, 결국 , 그녀는 무사히 그녀가 그토록 기다렸던 리잔더와 결혼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상황이 있을 때 그 상황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라는 것이다. 때로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굉장히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