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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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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풍 SF 판타지 소설

호랑이가 눈뜰 때

한국신화와 우주를 배경으로 탄생한 [호랑이가 눈뜰 때]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윤하 작가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세빈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논바이너리'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성 정체성을 제시하고 있다. 논바이너리는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난 성으로 주인공을 비롯해 논바이너리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외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미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리즈 영상화까지 확정되었다고 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주선을 파괴하고 적들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 상상만 했던 거침없는 액션신이 어떻게 영상으로 나오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우주군!

우주군은 천인, 고블린, 용, 호랑이 등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각자의 행성에서 천 개의 세계의 질서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

호랑이령인 중화부족의 세빈은 우주군이 목표이다. 어느날 세빈에게 두 개의 편지가 도착하게 된다. 하나는 우주군 합격 소식, 하나는 세빈이 존경하는 우주군의 선장인 삼촌이 반역죄로 기소된 소식이다.

그렇게 도망친 삼촌에 대한 진실과 명예회복을 목표로 우주군에 들어오게 된다. 생도로서의 첫날, 세빈은 긴급상황으로 인해 해태호에 승선하게 되고 많은 사건들이 세빈과 친구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부족의 막내인 세빈.

아이과 어른의 경계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 나는 호랑이조차도 운이 없으면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힘들게 배웠다. 그리고 개인 방패조차 없는 지나 유나에게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고, 앞으로 가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에게 협력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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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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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자란 교포 작가님으로 1940년대 조선의 제주도를 배경으로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려시대 한 학자가 공녀 제도에 대해 쓴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공녀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중국의 공물로 바쳐졌던 여성들을 뜻하는데, 공녀로 끌려가지 않도록 집안에서 여자를 숨기는 일도 많았다. 약 400쪽의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또한 단어 하나하나의 표현이 매우 아름다워 한 편의 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제목처럼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실종사건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13명의 소녀들이 숲에서 사라졌으며, 그 사건을 수사하러 제주도에 방문한 환이와 매월이의 아버지.

아버지는커녕 불에 탄 아버지의 일지만 돌아왔다.

아버지를 찾아 제주도로 떠난 환이는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진실에 닿으려 노력한다.

진정한 진실을 발견했을 때는 가혹한 현실만이 남아있었다.

권력이 곧 힘인 세상 속에서 작은 소녀들만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당시 많은 양의 페이지로 인해 완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 표현되는 자매들이 너무나도 끈끈해 보여 여동생이나 언니가 갖고 싶을뿐더러 특별한 자매관계를 맺을 때까지의 과정 속에서 그들이 받을 고통이 공감되어 슬펐다.


✏ 빗방울이 눈꺼풀에 튀었다. 나는 빗물에 젖은 눈을 깜박거렸다. 억지로 고개를 돌리려 하니 매월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새하얀 피부가 먹같이 검은 머리카락과 회색 하느로 인해 더욱 창백해 보였다. 여기저기 뿌려진 주근깨 위의 짝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매월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열 살 때 아이처럼 동그랗거나 반짝이지 않았다. 이목구비가 다 각지고 날카로웠다. 제주의 세찰 바람과 뾰족한 돌이 동생의 뼈를 깎은 것만 같았다. 이 아이도 아버지의 딸이다. 아버지가 정말 많이 사랑했지만, 아버지에게 잘못된 취급을 받았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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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 3
김달님 외 지음 / 책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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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시간]은 앤솔러지 에세이의 형식으로 8명의 작가님의 학창시절 야자시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작가님들은 에세이스트, 청소년소설 작가, MD, 국어교사, 시인, 번역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실려있다. 또한, 야자시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밤에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초저녁부터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읽기 좋았다.

학생일 때는 제약도 많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 혹은 두려움이 많을 시기다. 누구나 그렇고 이 책을 쓴 8명의 작가님 또한 그렇다. 깊은 밤까지 계속되는 야자시간은 누구에게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지는 시간일 것이다.



나의 야자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야자를 째고 운동장에 앉아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을 때이다. 우리학교 운동장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여고, 디자인고가 함께 쓰는 것으로 넓은 편에 속한다. 운동장 한 쪽으로는 작은 등불이 있어 마치 거대한 촛불들이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학교를 바라보며 입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누워서 별을 쳐다보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다. 서울 하늘에서 별보는 것은 힘들지만 꾸역꾸역 별을 찾아내어 소원도 빌었다.

나처럼 야자시간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 혹은 야자시간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추억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그 시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사랑 이야기, 선생님의 다른 면모, 작지만 확실하고 행복한 휴식.



✒ 어쩌면 그 물리적인 거리감이,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안도감이 좋아하는 마음을 빠르게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

'변화'라는 것이 그렇게 크고 거창한 단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무렵 했던 것 같다.

10년 후의 약속

우리는 풍화되지 않는 예술을 하는 곳에서 왔습니다.

그 밤의 소리

좌절의 경험은 반복해도 적응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학원 안에서 익명의 나는 매일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불꽃놀이

나는 나의 과거가 대체로 아름답지 않다는 점을 사랑한다.

계피색 꿈

내가 내키는 대로 운을 한번 떼어 볼까. 네가 지금 기대하는 많은 것들은 와장창 깨질 거야.

스포일러

여태껏 쉴 틈 없이 쪼개지며 점점 발 디딜 곳이 줄어드는 빙판 위에서 깡총거리며 위태롭게 버텨 온 기분이었는데 비로소 푹신하고 따수운 풀밭 위로 옮겨진 것만 같았다.

망가트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

하루에 두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쓰기. 올해 단 하나의 목표다.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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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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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리쳐물인 것을 모르고 제목만 보았을 때는 넷플릭스의 공포영화인 '버드박스'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폭풍을 매개체로 쫓아오는 그런 공포물인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빌런(?)은 일명 '악마'라고 불리며 술과 사냥감(고기)를 찾아 다닌다.

철문도 부수고 들어왔어요.

소용없어요.

줄거리

주인공인 열일곱살 이서는 아빠와 동생인 여섯살 이지와 함께 가족여행으로 수련원에 방문했다. 산 속 깊이 있어서 가는 길이 험난했고 도착 후에는 먹구름도 꼈지만, 나름 평화롭게 밥도 먹고 자연을 즐겼다.

그러던 중, 갑자기 폭풍이 휘몰아치며 티비와 전화 등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고, 외부와의 통신이 끊긴다. 회사와 급히 전화를 하던 아빠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중앙실로 가서 유선 전화를 쓸 요망으로 우산을 챙겨든다.

공포물을 보면 항상 어른이 사라진 뒤 사건이 벌어진다. 언뜻 보기에도 3M는 족히 될 만한 곰..? 늑대...? 한 마리가 이서와 이지가 있는 펜션 안을 어슬렁 거린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이서는 이지의 입을 막고 그것이 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그것이 옆 건물로 옮겨갔다. 옆 건물도 펜션이었는데, 그곳에는 다른 어른들이 술을 마시며 즐겁게 떠들고 있는 곳이었다. 그것은 창문을 깨고 펜션 안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사람을 뜯어놓는다. 그곳을 모두 해치운 뒤, 이지와 이서가 있는 펜션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후기

크리쳐물을 소설로 접한 것은 처음이라 '몰입이 잘 될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어떤 소설보다도 박진감 있게 전개되었다. 등장하는 괴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의 모습을 전제로 하여 묘사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상상하여 읽기가 수월했다.

또한, 엄마를 잃을 당시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17살 이서가 괴물을 만나고 가족을 지키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여서 좋았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하는 이서를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에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읽으면 아주 아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앉은 자리에서 약 300쪽을 후루룩 읽어버릴만큼 너무나 재밌었고, 자신을 극복한 이서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ㅠ

소설 속에 등장한 괴물이 아니어도 세상을 살다보면 괴물같은 일이 덮쳐올 때가 많다! 재수없는 *성광이 처럼 도망치지 말고 이서와 수하처럼 끝까지 맞서 싸운다면 성장한 자신과 사라져버린 괴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성광이는 살기 위해 이지를 괴물 쪽으로 던진 사람인데, 수하가 속해있는 교회캠프 인솔자이다.

이젠 멈춰 설거야.

도망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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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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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지만,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일.

그런 일들이 모이고 모여 작은 행복이 된다. 이 책은 일상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소개한다. 사회의 시선으로는 부유하지 않지만, 행복수집가의 시선으로는 매우 부유해 보이는 삶이다.

최근 출판되는 서적의 주제를 살펴보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괜찮아', '곧 지나가는 일이야.'라는 말보다는 힘겨움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귀가 더 끌린다. 나의 시각을 바꿈으로써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작은 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사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이 진정한 인생이라 생각된다.

따스한 봄 날 천천히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일상이 지루하거나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초여름, 빛이 사그라지는 시간에는 특유의 정취가 있다. 모든 사물들은 윤곽이 흐려지고, 그 대신 냄새와 소리가 부풀어오른다. 초여름밤 성곽길을 훑는 바람에는 풀냄새와 라일락 냄새가 섞여 있다. 나의 강아지의 동그란 엉덩이를 받쳐 안은 채, 돌담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날렵하게 풀숲으로 몸을 날리는 길고양이들, 목줄이 팽팽해지도록 주인을 앞질러 달리다가 다른 개를 보면 커다랗게 짖거나 엉덩이 냄새를 맡으려고 달려드는 어린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걷다가, 나의 강아지와 처음으로 산책을 시도했던 오래전의 일을 떠올렸다. 아파트 단지 내 화단 위에 내려놓자, 태어나 처음 발바닥에 닿는 흙과 풀의 감촉이 낯선지 걷지를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던 손바닥만 한 몸집의 작고 어렸던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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