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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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자란 교포 작가님으로 1940년대 조선의 제주도를 배경으로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려시대 한 학자가 공녀 제도에 대해 쓴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공녀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중국의 공물로 바쳐졌던 여성들을 뜻하는데, 공녀로 끌려가지 않도록 집안에서 여자를 숨기는 일도 많았다. 약 400쪽의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또한 단어 하나하나의 표현이 매우 아름다워 한 편의 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제목처럼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실종사건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13명의 소녀들이 숲에서 사라졌으며, 그 사건을 수사하러 제주도에 방문한 환이와 매월이의 아버지.

아버지는커녕 불에 탄 아버지의 일지만 돌아왔다.

아버지를 찾아 제주도로 떠난 환이는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진실에 닿으려 노력한다.

진정한 진실을 발견했을 때는 가혹한 현실만이 남아있었다.

권력이 곧 힘인 세상 속에서 작은 소녀들만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당시 많은 양의 페이지로 인해 완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 표현되는 자매들이 너무나도 끈끈해 보여 여동생이나 언니가 갖고 싶을뿐더러 특별한 자매관계를 맺을 때까지의 과정 속에서 그들이 받을 고통이 공감되어 슬펐다.


✏ 빗방울이 눈꺼풀에 튀었다. 나는 빗물에 젖은 눈을 깜박거렸다. 억지로 고개를 돌리려 하니 매월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새하얀 피부가 먹같이 검은 머리카락과 회색 하느로 인해 더욱 창백해 보였다. 여기저기 뿌려진 주근깨 위의 짝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매월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열 살 때 아이처럼 동그랗거나 반짝이지 않았다. 이목구비가 다 각지고 날카로웠다. 제주의 세찰 바람과 뾰족한 돌이 동생의 뼈를 깎은 것만 같았다. 이 아이도 아버지의 딸이다. 아버지가 정말 많이 사랑했지만, 아버지에게 잘못된 취급을 받았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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