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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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지만,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일.

그런 일들이 모이고 모여 작은 행복이 된다. 이 책은 일상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소개한다. 사회의 시선으로는 부유하지 않지만, 행복수집가의 시선으로는 매우 부유해 보이는 삶이다.

최근 출판되는 서적의 주제를 살펴보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괜찮아', '곧 지나가는 일이야.'라는 말보다는 힘겨움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귀가 더 끌린다. 나의 시각을 바꿈으로써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작은 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사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이 진정한 인생이라 생각된다.

따스한 봄 날 천천히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일상이 지루하거나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초여름, 빛이 사그라지는 시간에는 특유의 정취가 있다. 모든 사물들은 윤곽이 흐려지고, 그 대신 냄새와 소리가 부풀어오른다. 초여름밤 성곽길을 훑는 바람에는 풀냄새와 라일락 냄새가 섞여 있다. 나의 강아지의 동그란 엉덩이를 받쳐 안은 채, 돌담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날렵하게 풀숲으로 몸을 날리는 길고양이들, 목줄이 팽팽해지도록 주인을 앞질러 달리다가 다른 개를 보면 커다랗게 짖거나 엉덩이 냄새를 맡으려고 달려드는 어린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걷다가, 나의 강아지와 처음으로 산책을 시도했던 오래전의 일을 떠올렸다. 아파트 단지 내 화단 위에 내려놓자, 태어나 처음 발바닥에 닿는 흙과 풀의 감촉이 낯선지 걷지를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던 손바닥만 한 몸집의 작고 어렸던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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