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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리역사
信太一郞 지음, 이종윤 옮김 / 삼국시대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후기부터 읽었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왜 우리나라 역사를 쓰고, 또 그것을 우리나라에서 책으로 펴낼 생각까지 했을까?'하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후기에서 지은이는 자기가 조선인을 양아버지로 두고 자라오면서 느꼈던 복잡한 마음과 늘 당당했던 조선인 아버지한테 반항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배웠던 것들을 솔직하게 써 놓았다. 그 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이 일본은 조선 버선을 모자-에보시-로 썼다는 얘기였다.
그저 우리나라 역사만 읽기보다 일본과 얽혀있는 역사를 읽으니 새로웠다. '도래인'이라고 하는 자부심 가진 사람들이 청동기, 철기를 오랜 동안 거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가져왔으며, 농사, 특히 벼농사조차 '별안간'왔고 일본이 자랑하는 거의 모든 보물들은 한반도에서 선물로 받거나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도래인이라는 것을 몇 백 년동안 자랑스레 여기며 살던 마을은 우리나라가 국권을 빼앗긴 뒤로 하는 수 없이 성을 바꾸게 되는 이야기도 있다.
몽고가 역참제도를 실시했기 때문에 마르코 폴로도 그 길로 아시아에 올 수 있었고, 동서문화가 서로 오고갈 수 있었다는 것을 놏쳐서는 안된다거나, 일본이 미국을 침략한 것은 아시아를 상대로 한 침략전쟁을 관철하기 위해 싸운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을 모르고 피해자 의식에 바탕을 둔 전쟁 비판은 결코 다음 세대까지 설득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거나 그래서 반성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자신들을 덮친 피해에만 눈을 돌린다는 이야기 들은 글쓴이가 얼마나 바르고 투명하게 역사를 보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제암리교회나 관동대지진, 그밖에 징용 같은 그들로서는 부끄러운 이야기도, 심지어 한국전쟁으로 일본이 경제대국에 올라설 수 있었는데 그것은 감추고 자랑스레 말하는 정치가마저 부끄러워하는 이야기도 이 책에는 드러나 있다.
이 세상은 자기한테 주어진 조건대로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친일로 돌아섰던 사람들은 그 때는 일제가 몇 백 년 갈 줄 알았다고도 하고,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만일 이 사람이 나는 일본 사람이라서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진실을 보기를 거절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 역사에 빠져있던 조각을 이어맞추는 데에 애를 먹었을 것이다. 때로 진실은 이와같이 자기가 타고난 조건을 이겨내고 찾아가질 때 더 힘을 얻는다. 마치 서자도 아닌 박지원, 허균이 서얼차별을 비판할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을 받고 일본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 조건을 넘어서서 더 참다운 진실을 보고자 하는 일은 무척 힘들었을 터이다.
이 책에는 도래인, 조선에 대한 존경과 동경도 어려있다. 그렇다해도 그것 또한 진실읽기를 막지는 않는다. 일본이 천황 아래 지방 왕 정도로 부르려고 일부러 낮추어 부른 이씨왕조, 이왕조 대신 조선왕조라고 써야 하겠다는 것만 덧붙이고 싶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친근한 마음이 드는 지은이다. 다른 모든 일도 아마 이렇게 균형감을 잃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잘 받아들일 것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겉장도 산뜻하고 좋으며, 뒷면에 있는 야나기 무네요시 글은 본문에도 있으니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쪽수를 써넣는다면 낫겠다. 본문에서 일본 문화재와 한국유물을 견준 사진만이라도 칼라였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말 옮김도 깔끔하여 책을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고,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글체를 '습니다'로 하여 더욱 조심스럽게, 굳어있고 의심하는 우리한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