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쪽지편지 - 도시락편지의 작가 조양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의 편지 쪽지편지 시리즈
조양희 지음, 김주명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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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주었다니 놀랍다. 

 읽어보니, 대단한 내용이라기보다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편안한 마음으로 준 것이 많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늘 편지를 쓰셨다. 답장을 미처 하기도 전에 다시 날아오는 아버지 편지, 아버지 마음. 대체로 아버지가 좋다고 생각하는 글귀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었는데 가끔 아버지 마음이 드러나는 구절을 볼 때 마음이 크게 울렸다. 그 시절로 보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편하게 살았고, 세상 풍파가 닿지 않게 지켜주시고 나는 그저 책이나 많이 읽으면서 학교생활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늘 해주지 못한 것을 생각해 안타까워 하셨다.  

 요즘 아이들은 손가락을 많이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다. 학교 수업을 받으면서도 그런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 모자라서라고 생각한다. 물질로 모자람이 없어보이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조급한 마음으로 손톱을 물어뜯을까. 왜 사랑이 모자랄까. 

 나는 부모님들한테도 사랑이 모자라나 보다고 말한다. 그러면 모두 많이 사랑해준다고 한다. 사랑은 받는 사람이 모자라다고 느끼면 모자란 거다. 학교 다녀오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학원으로 채워 비싼 학원값을 내면 사랑한다고 느낄까? 아닐 것이다.  

 나도 종이를 마련하고 펜을 들어볼까 한다. 오늘. 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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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네 안에 춤추는 동기를 찾아라 - 송인섭 교수의 성적 지배 법칙
송인섭 지음 / 대교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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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잘 본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공부를 못해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많고, 무엇이나 대충대충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까 하여, 이책 저책 뒤져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진부한 이야기와 매우 창의적인 이야기를 잘 버무려 우리가 알아듣기 쉽도록 꾸렸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우리가 알아듣고 실천까지 할 수 있게 하려고 대단히 감각을 겯들인 설명을 해냈기 때문에 아주 살아있는 설명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을 보고 나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몸소 하는 일이다.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친들, 이 책에서 말한대로 '오늘 바로 지금' 하지 않으면 쓸모없다. 그 실천이 무디어질 때, 다시 한 번 이 책을 펼쳐보고 이러면서 자신을 바꾸어 나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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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와 함께 걷다 - 평화의 눈길로 돌아본 한국 현대사
한홍구 지음 / 검둥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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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역사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역사여행도 여러 번 갔더랬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이 책을 골라 '평화의 눈길로 돌아본 한국 현대사'라는 부제를 마저 읽지도 않고, '평화의 눈길로 돌아본'까지 아마 읽고 책을 넘긴 듯 하다. 첫 꼭지부터 '전쟁기념관'이다.  

무슨 얘기일까? 

우리는 이런 곳엘 가지 않는다.  

아. 이곳도 역사 현장이구나. 

그리고 떨떠름하게 '뭐, 이런 데도 있구나.'하면서 돌아나왔고, 그 뒤부터는 가끔 그곳 극장에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안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던 정도에서 끝났던 곳. 그곳을 한홍구 선생님과 꼼짝없이 샅샅이 돌아보았다. 아, 그랬구나. 이래서 우리는 이곳을 떨떠름하게 떠나고 다시 가보고 싶어 하지 않았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이럴 때, 한편으로는 새로운 눈으로 내가 덜 알던 것, 모르던 곳을 배워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보고도 모르는 눈으로 세상을 다니는 게 두렵고 부끄럽다.  

 그러면서 나는 6학년 아들 일기장이 떠올랐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던 아이는 많은 것을 보고 오게 하려는 배려로 들렀는지 해병박물관이라는 곳을 갔나 보다.  

 '나는 해병박물관에 갔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 6.25 전쟁을 기념하는 것처럼 6.25 전쟁 내용과 여러 가지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랑하듯 써 있는 내용을 나는 아픔의 역사로 간직하고 싶다. 해병대 역사관을 아픔의 역사처럼 써 있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이 6.25 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평가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썼다. 

 어째서 같은 민족의 가슴에 총을 쏘고 서로 죽이는 일을 겪은 사람들은 그것을 아픔의 역사로 기억하려 하지 않는가? 어째서 1990년대에 태어난 어린 아이는 그것을 아프다고 느끼고 부끄러워 하는가? 

 같은 것을 보고도 보지 못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눈뜬 장님이라고 한다. 벌거숭이 임금님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어린 아이였던가.  

 우리 아이한테 말해 주었더니 나보다 먼저 책을 보려고 한다. 전쟁기념관만 보고 나머지는 기말고사 끝나고 보라고 했다.(대한민국 학부모가 가진 슬픔이여!)   

 강화도는 또 어떠한가. 사실 강화도는 여러 번 간 곳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분처럼 사실을 연결지어 뚜렷하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말이다.  

 '온 국토가 박물관인 나라에서 단군에서 현대에 이르는 긴 역사를 농축해서 보여주는 박물관이 바로 강화도이고,' 

 한국의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을 견준 대목 또한 강화도편에 나오는데 내가 이상하게 여긴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왜 백 년 가까이 빨리 인쇄술이 발달했고,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 온 프랑스 병사가 집집마다 초라한 가운데에도 책은 있었다는 데에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인쇄술이 발달했는데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세상을 바꾸고 역사에 기록되는 동안, 우리 인쇄는 약탈품이 되고 역사 기록으로만 남았냐 하는 것이다. 그것을 한홍구 선생님은 매우 간단하게, 뚜렷하게 칼같은 설명으로 금을 그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많이 찍기 위해서 발명한 것이라면 우리 선인들의 금속활자는 적게 찍기 위해서 발명한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금속활자본인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겨우 네 부를 찍었을 뿐이다. 이렇게 수요가 적은 책을 목판으로 인쇄한다는 것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 한국의 금속활자 발명이 지식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이 위대한 발명을 지식의 대중화로 이끌어 낼 만큼 한문으로 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집단이 형성되지 못한 때문이다.  

 그 밖에 넘어졌다 일어서면 또 넘어뜨리고 또 일어서면 또 넘어뜨려, 공부하면 답답해지는 현대사를 이렇게 알뜰살뜰 찾아내어 이건창 같은 보수주의자를 요즘 얼치기 보수주의자들과 견주어 보여주기도 하고 애정을 가지고 구석구석 다니는 이 책을 읽노라니 소설처럼 재미있다.  

 강연에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넘어졌다가 일어서면 또 넘어뜨리고'로 보았던 것을 한홍구 선생님은 '넘어뜨리면 또 일어서고, 싹을 잘랐다 싶은데 어느새 또 자라나' 수구 세력들도 지긋지긋해 할 것이라며 우리 역사를 낙관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나 같은 사람은 숨이 짧아 역사학자가 못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보고 싶고, 행복한 결말을 보고 싶으니, 그저 더욱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역사, 그 깊은 강을, 그 흘러감까지 함께 보는 분은 지고 무너진 역사에서 되살아나는 민중의 힘을 믿나 보다.   

 이렇게 얻은 기운으로 새해를 맞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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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탈것으로 알아 보아요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1
미우라 타로 글.그림, 김해창 옮김 / 사계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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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인구 100명인 마을이라면'같은 설정은 아주 실감나게 주제가 다가온다.  

 이 책도 비슷한 설정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나, 몇 사람을 태우고 '얼마'를 달리거나 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건지 잘 알기 어렵다. 마지막에 승객 한 사람이, 타고 있는 운송수단에 따라 다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그림 장면이 중요하긴 하다. 그런데 비행기가  한 사람당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그러면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 하나? 비행기는 타야할 때는 타지 않을 수도 없고 지역에 따라 타보지 않은 어린이들도 많아 실천이 뒤따르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승용차가 한 사람당 30g으로 비행기 다음이 되는데 전철이나 고속철도나 버스보다 승용차가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게 한다는 사실이 비행기 때문에 희석되고 있다.  

 그림과 글이 길지 않고 너무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뒤에 있는 설명글이 많이 붙어있어, 왜 그림책 안에서 많은 것을 말해 주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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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아이 - 특수학급 교사 토리 헤이든이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써가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1년간의 여정
토리 헤이든 지음, 이중균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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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떠오른 것은 '한 아이'라는 책이었다. 낯익은 이름. 특수교육. 비슷한 제목. 

 하지만 이십 년도 전에 교생 실습을 하면서 전철 안에서 읽던 책이었다.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역시 그 지은이가 맞았다.  

 '한 아이'를 쓴 지은이가 이 책을 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맨 처음 내 느낌은 '부러움'이었다. 1979년에 나온 책이라 하니 그 때부터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얼마나 노련하고 대단한 선생님이 되어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 있을까? 

 '한 아이'에서 이루어 낸 것도 교사로서 놀라울 만한 일인데 거기에서 더 나아갔다면?  

('한 아이'는 내가 교사로서 어린이들한테 들려준 첫 번째 책이었다. 나는 발령을 받자마자 그 다음 날인 일요일 청소년단체 인솔에 참여했다. 나는 두 번 째 버스에 올랐는데 어쩌다 '한 아이'를 들려주게 되었다.  나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나 읽고 있는 책을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싶어한다. 그러다 휴게소 쯤에서 다른 대장 선생님이 스스로 인기를 확인하려고 버스를 바꿔 타겠다고 했다. 매우 재미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차에 있는 아이들이 이를 거부하는 게 아닌가? 당연히 그 분은 아주 놀랐더랬다. 그래서 나는 그 차에서 '한 아이'를 마저 들려주면서 갔던 생각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부러움을 감추면서, 뭔가 '아닌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읽으면서 이 아이, '비너스'라는 아이는 참 힘겨운 상대라고 생각했다. 무슨 반응이 있어야 대응을 할 텐데 말을 할 수 있으나 말을 하지 않고, 담에 앉아 있거나 도망가거나 하는 것 말고 스스로 움직이지도 않고 하라는 말에 하나도 따르지 않는 아이라면? 하지만 성공은 더욱 극스러울 수 있겠지.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대단한 성공을 기다리면서 읽은 것은 아니었으나, 읽으면서 그것을 기다리긴 했다. 그래서 이 책 길이가 긴 것은 더 뜻깊다. 성공은 빨리 오지 않았 던 것이다.  

 그런데 성공을 기다리던 내가 만난 것은 잔인하게 이어지는 일상이었고, 지고 또 지는 일을 기록한 솔직함이었다. 교사가 가지는 자존심을 젊은 보조교사한테 위협당하면서도, 그 젊은 보조교사가 무조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좌절하는 쓰라림까지 내보여서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를 그답게 하는 명랑하고 힘찬 기운으로 그는 자기가 이론으로 볼 때는 틀려 보여도 역시나 맞다고 믿으면서 아이들과 지낸다. 무엇이 맞은 걸까? 보조교사 줄리와 맞설 때, 나는 이제 이 책이 왜 지은이가 옳은가를 드러내러 달려가는구나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은이가 주장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아챌 수 있었다. 지은이 '토리'(이 책 한 장면에서, 아주 급박한 상황인데 자기를 '토리'로 불러달라고 한다.)선생님은 이런(참기 힘든) 아이들과 지내면서, 그들이 옳지 않을 때는 화를 나고, 남한테 해를 입히면 참을 수 없어 하며 목소리를 높여 분명하게 선을 그어 말하고 자기 느낌을 말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아이들과 있는 것을 즐거워 하고 행복해 한다. 그것이 어떠한 이론보다 앞서는, 왜 지은이가 마지막에 처절한 고통 속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가 하는 까닭을 설명해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조 교사 줄리가 보여주는 태도는 우리가 꼭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가 너무가 인간답고 다정하고 친절하기 때문에, 뭐라고 흠잡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태도가 끼치는 해를 알아내는 게 힘들다.  

 어항을 깨뜨려 금붕어가 흩어지고, 남이 받은 선물을 깨뜨린 아이가 있으면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저게 널 놀라게 만들었니? 울지 마. 사고는 그냥 일어나는 거란다."하고 말한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반응이다. 사물이 잘못했을까? 누가 잘못했을까?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주지 못하면 어린이들은 모든 일을 남한테 책임 돌리는 버릇을 가지고 편리한 쪽으로 믿어버리는, 진실에 게으른 아이가 되어버린다. 토리 선생님은 스스로 이럴 때도 침착한 줄리가 부럽기도 하다면서도 마침내 정확하게 그런 태도가 갖는 문제점을 짚어낸다.  

 "그건 감정을 속이는 일이에요. 줄리, 당신은 그런 상황들에 솔직하게 대응하고 있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이런 감정들을 자제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건 마치 이런 감정들이 있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는 다른 거죠. 그리고 이런 감정들을 느낀다는 게 잘못된 일도 아니고요. 우리가 이런 감정들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때 우리는 감정을 속이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건 좋은 게 아니죠. 그건 아이들 스스로 이런 감정들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잇는 수단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고요.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네와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란 말이에요. 끝도 없이 밝기만 한 사람은 없어요." 

 토리 선생님 말에 줄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줄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밝은 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만든 사람은 선생님이 유일하군요." 

 이 냉담한 말 한마디로 줄리와 토리가 어떤 관계가 될 것인지 알 수 있지만 토리 선생님은 몇 마디 더 한다. 그는 진정으로 줄리와 잘 지내기 바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람직한 자부심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 또한 내 의견이죠. 남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게끔 우리가 행동할 때,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더 뿌듯함을 느끼잖아요. 우리가 잘 자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도 마찬가지로 더 뿌듯하고요. 자부심이란 건 자신에게 언제나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게 아니에요.   자부심은 수동적인 게 아니에요. 그건 능동적인 거예요. 그건 스스로 자기 세계의 주인이 될 때,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거예요."  "그걸 깨뜨린 게 '단순한 사고'였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는 건 그 아이의 기분에는 좋았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 아이 도덕성에는 그리 좋은 게 아니죠." 

 

 이렇게 말해도 토리는 줄리를 이기지 못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사람조차 어리둥절할 수 있을 정도로 토리는 자기를 열심히 변호하지 않았다. 변호하는 대신 부럽고 질투가 나고, 내가 전에 싸웠던 기성세대 자리에 왜 내가 있을까 하고 괴로워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평생 해왔던 일-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을 바꾸지 않았기에 우리는 눈치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아이한테 잘 대해주려는 것과 잘 대해주는 것, 사랑하려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줄리는 아이한테 잘 대해주려고 했지만 아이를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너한테 내 진심을 보여주며 화도 내고 슬퍼 하고 놀라고 기뻐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야 하고. 이런 어른한테 아이는 끊임없이 시험을 할 뿐, 자기를 성장시켜야 할 아무런 까닭을 찾지 못한다. 둘레에서 이런 부모, 이런 어른한테 어리광이나 부리며, 사회성 그 첫 튼튼한 벽돌을 쌓아올려야 할  때를 헛되이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가장 필요한 일- 사랑스러운 친구, 믿을 만한 어린이가 되어 존중받는 일을 못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다. 굳건한 인간관계 속에 끊임없이 도덕성과 가치관을 단련받고, 그보다 더 중요한, 바로 단련받을 수 있도록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을, 토리 선생님은 사랑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단련'함으로써 존중하기까지 했다.
 나는 이 긴 기록을 행복하게 읽었다. 끔찍한 일을 겪은 비너스가 마지막 편지에 '행복해요.'라고 썼듯이.  

 토리 선생님께 존경을 보내며 이 글을 마치겠다.  

 글도 매끄럽게 옮겼고 좋은 책을 읽게 된 기회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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