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픽처로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작가이다.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그의 글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고있다.픽업은 단편소설이다.그의 터치는 섬세하고 예리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등장인물의 강열하고 뚜렸한 저마다의 활약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고객을 등치는 유령회사의 프로 사기꾼이 미인계에 속아 넘어가는 장면은 우리에게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혼돈된 세상의 양면을 보여주는 이소설은 어쩌면 소설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현실을 표현한듯하다.일탈이라기에는 역발상의 소설에 가까운 작가의 의도된 독자를 향한 실험으로 보고싶다.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방법으로 횡령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적자생존의 세상,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어찌 보자면 주식시장의 큰손들도 근본적으로는 나와 다르지 않은 횡령이나 사기로 막대한 부를 끌어 모으고 있지 않은가? 정부의 행정 명령이나 법령은 사람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을 뿐 나를 위해 만든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왜 반드시 정부의 행정 명령과 법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본문 p.17~)

토드는 나와 이혼하면서 재산을 흔쾌히 나누어주었다. 3백만 달러짜리 집도 주저 없이 넘겼다. 하지만 반지는 단순한 재산 개념이 아니라 사랑의 정표로 준 물건이었다. 토드는 나에게서 정표로 준 반지를 돌려받아야 비로소 관계가 완전히 청산되는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토드는 늘 상대를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고,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마무리되어야 만족하는 사람이었다.(본문 p.84~85)

​앤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호리호리한 몸매, 길고 풍성한 금발, 하얗고 투명한 피부의 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고 커다란 첼로를 등에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뉴잉글랜드의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났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긴 다리가 그렇게 매혹적일 수 없었고, 자수가 놓인 흰 셔츠도 맑은 피부와 완벽하게 잘 어울려 보였다. 나는 앤을 보자마자 생각했다.(본문 p.101~)

​어머니는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아버지와 함께한 결혼생활이 못마땅했다는 사실을 은근히 말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나에게 ‘네가 데렉에게 바라는 걸 반드시 얻어내야 해. 데릭이 널 영원히 사랑해주길 기대하는 건 무모한 짓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머니의 말은 마치 빅토리아시대 여성의 관점을 대변하는 듯했다.

데렉과 나의 결혼이 더 이상 허비하다가는 아이를 못 낳을 수도 있다.는 조바심 때문에 급히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출산이 불가능해지는 나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바심치게 만들었다.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결혼을 서두르게 된 이유라는 건 변명의 여지없는 사실이었다. (본문p.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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