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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서약 - 떠날 때 울지 않는 사람들
최철주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4년 7월
평점 :
사망한 부모의
시신을 놓고 효도 경쟁을 벌이고, 체면치례나 하려 용을 쓰는 부도덕한 군상(群像)도 묘사했다.부모의 죽음이 임박하면서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인간의 본성을 시립병원 영안실에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삶과 죽음 사이서 고뇌하는 사람들
다양한 죽음의 과정에 들어선 삶을
설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런 노력을 통해 죽음이 삶의 주제였고,이별 서약이 삶의 서약임을 확연히 깨달았다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서약하는 사람들의 슬픔이 내 가슴으로 몰려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그들의 얼굴에 마음의 평화가
어른거릴 때쯤,우리는 수십 개의 채널을 열어놓고 대화하는 다중 미디어의 센터에 앉아있는 것처럼 오만가지 희로애락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기록했다. 가능하다면 그들의 가슴 속 세포의 활동과 두뇌의 우주적
영상까지도 스케치하고 싶었다. 삶에 서려있는 그림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삶이 고귀한 만큼 죽음도 그래야 한다는 욕심에서였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공존하는 인간들의 군상들을 우리는 날마다 보고 있다.저자의 이런 고백이 어쩌면 나의 고백일지도 모른다.가족을 잃는다는 슬픔이 삶에서
얼마나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의 실상을 나는안다,감수성이 예민하던 나의 사춘기 아버지의 죽음은 나의 트라우마로 오랜기간동안
작용했다.중진 저널리스트가 체험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남은 사람들의 교훈으로 다가온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터뷰는 저마다 4~7회에
걸쳐 연중으로 이뤄졌다.그만큼 오랜 시간 그들 주변을 탐색하고 맴돌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저자는 그들이 치루는 고통이 그들의 얼굴에 나타난
웃음보다 몇 백배 처절하다는 사실을 알았다.통곡의 벽에 기댄 환자나 그 가족을 인터뷰 할 때는 더 진지해야 했고, 별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심정의 인내심 훈련이 필요했다고 한다.
죽음을 초월한다는 것의 인간은
없다.다만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저자는 방송,언론쪽에서 일을 하면서 세계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9년, 주요 산유국 현장을 돌아다니며 세계의 석유전쟁,미래의 도전을 제작해 대한민국 방송상을 받았다.사할린에 들어가 일제시대에 끌려간
한국동포의 생활상을 보도해 관훈클럽의 제1회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말기 암환자들이 편안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호스피스와 웰 다잉(well dying) 강사이다.중앙일보 경제부장,일본총국장,편집국장,논설위원실장 등을 역임한 중진
언론인이었다는 화려한 이력이 진하게 눈길을 끈다.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잇달아 암으로 잃은 뒤 평범한 아버지,평범한 남편으로 돌아가 웰 다잉의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은 현장 리포트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인터뷰 역시 현장에서
이뤄졌다.인터뷰가 중반에 이르렀을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모두들 무척 가슴이 아팠다.저자는 난해한 이론이나 길고 긴 사설(辭說)을 제치고,가장
낮은 자세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을 사는 지혜로 삼을만한 것들을 모아서 정리하려 애썼다고 이 책에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