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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1900년, 여기 사람이 있다
이승원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4월
평점 :
시사만평을 골라 뼈대를 다듬고 살과 근육을 붙였다.시사만평과 궤를 같이하는 구체적
현장을 글로 풀어냈다.흩어졌던 저잣거리 소문과 유언비어,일상과 문화는 한데 모였다.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다루고,사소하고 때로 비루해 보이는
현실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저자의 섬세한 눈은 독자로 하여금 당시를 함께 탐사하는 기분에 젖게 하는 책이다.
곁들여진 사진 자료는 당대를 조망하는 데 쓰이는 탐조등이다.이제야 대한제국 숱한
무명씨들이 꾸밈없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 청한다.그들이 생경하면서도 친숙하다면,과거를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이
지금 발 디딘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애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우울과 절망이 아니라 생동감으로 끓어넘친 1900년대 사람들을 만난다.
대한제국은 패망에 이르기 전 잠시 스쳐간 단계에 불과하다는 인식속에 역사학자들은
내재적발전론과 식민지근대화론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근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틀로 당시를 읽어낸다.우리는 잊고 있었다.역사는 커다란 사건을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일상의 작은 소란과 소동들이 모여 생성된다는 것을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은 익숙하고 전형화된 대한제국의 장면들을 부수고 뒤집고 파고든다.
100여 년 전
세상을 묘파해온 문화학자 이승원의 마지막 미시사 풍속사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장삼이사의 세상살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 한 몸으로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간
대한제국 그때 그 사람들 대한제국이
파국으로 치닫던 무렵의 풍경은 어땠을까! 제국의 멸망을 목전에 둔 이들의 세상살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시대가 암울하다 해서 모두 애국자가 된 것은 아니요,일본 제국의 협력자가 된 것도 아니었다.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은 우리나라의 과거를 보는 책이다.격변기의 조선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풍경들은 때론 실소를 자아내는 내용이 많이 있다.우리에게 각인된 조선 말 혹은
대한제국의 모습은 명성황후 시해,마지막 황태자비 등 황실 인물 비사라든가 소수의 정치인과 친일 세력, 러일전쟁과 항일운동 같은 굵직한 사건과
관계 깊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