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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앨리스 먼로의 첫소설집이다.그녀의 소설은 주로 온타리오 지역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방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요란한 수사나 기이한 소재 없이,섬세한 관찰력과 정교한 구성,감미롭고 강렬한 문장의 힘으로 감정을 배제한,그러나 사진과 같이 섬세한 세부묘사를 보여주지만,단순하고 평온할 것같은 그 세계의 기저에는 날카롭고 불편한 정서가 깔려 있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마살레스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파티의 하루를 담았다. 선생님이 한 번도 연주회라고 부른 적이 없는 그 파티는 피아노 교습반의 학생들과 학부모를 초대하여 학생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정기적인 연주회다. 아이들의 어머니들도 마살레스 할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을 만큼 파티는 여느 날과 조금도 다름없이 진행된다.
모든 게 너무나 똑같아서 엄마들이나 아이들에게 조금은 성가시고 특별할 거 없이 의례적으로 느껴지는 그날 파티에 모두가 예기치 않았던 손님들이 참석한다.꿋꿋하게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실천하며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아온,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마살레스 선생님의 또 다른 학생들이었던 것이다.그러나 그 아이들은 어딘가 묘한 표정을 짓거나 유난히 천진난만한가 하면 눈이 한쪽으로 쏠린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기적을 믿는 사람은 정말로 기적이 일어날 때 법석을 떨지 않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아무 편견 없이 오로지 순수한 열정과 마음으로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의 연주를 감상하는 건 마살레스 선생님뿐이다.가족의 품 안에서 보호를 받았으되 숱한 시간을 시달렸고 여성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숨 쉬고 사유할 사적인 공간인 것이다
휘황찬란한 집은 우람한 나무들과 풍성한 숲을 밀어내고 조성한 신도시의 새 주택단지를 무대로 그곳에 입주하여 집값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50년 가까이 가축을 치고 달걀을 파는 노파를 몰아내려고 한목소리를 내는 지역주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의기투합하는 그들과 맞서 잘못된 방식이라고 여긴 한 여성은 노파를 두둔해 보려 하지만
낮에는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정원마을도 밤이 되니 개발되지 않은 깜깜한 산속으로 뒤꽁무니를 빼는 것 같았다.그들은 승자이고 선량한 사람들이다.자식을 위해 집을 마련하려 하고, 어려울 때면 서로 돕고 마치 아주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현대식 마술을 찾았으니 한 치의 실수도 없을 것처럼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정나미 떨어진 마음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힘없이 물러설 뿐이다. 노파를 쫓아내려는 서명에 동참하지 않고 그 무리들에 맞설 길은 분하고 정나미 떨어지는 마음을 억누른 채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는 방법밖에 없다.소설의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때때로 작은 사건이 그들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하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우리들 내면의 진짜 이야기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그녀 특유의 관찰력으로 묘사한 이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하는 매력까지 자아낸다.여자 주인공이 펼치는 내면의 소망이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