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리 1 -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정상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3년 10월
평점 :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살아왔던 그들의 애환은 예술이라는 차원높은 경지에까지 만들어낸다.소리는 그 애절함을 담아 토해내는 절규요,한여인의 사랑의 표현이다.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소리는 결코 변함이 없는 우리네 정서에 기쁨으로 때로는 슬픔에 겨워 꺼이 꺼이 표현하는 삶의 한자락이다.
개화기라는 것과 맞물려 돌아가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적인 혼란을 맞는다.줄거리의 내용은 이러하다.주인공 허순을 중심으로 이 이야기는 전개된다.일본으로 건너가 대학 공부를 하던 허순은 부모님의 편지를 받고 귀국을 한다.열일곱의 나이에 정략결혼이라는 문제 앞에 놓이게 되고 상대 집안은 고을에서 제일가는 부잣집이자 명문가 규수이다.공부를 계속한다는 조건하에 결혼을 하게 된다.
그의 아내 성요는 부잣집의 셋째 딸이다.높은 학식과 용모가 수려하였다.어른들의 강요에 결혼을 하고 둘사이에서 딸 민순이를 얻는다.남편 순을 위해 매일 세벽치성을 드리며 집안의 온갖 일과 농사일을 마다 않고 일을 한다.조선여인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소리로 풀어내는 이소설의 백미를 본다.언제나 우리네 마음의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남도의 소리는 서민들의 애환이다.
춤추는 여인 가운데에는 계군일학처럼 동백기름 반짝이는 낭자머리에 육각 족두리를 걸치고 청옥 비녀 곁에 참꽃송이를 꽂고서 궁녀같이 치장을 하고 나온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두 팔을 살포시 들어 올려 마치 천년 학이 선녀가 되려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려는 날갯짓을 하더니, 두 팔을 벌려 활처럼 둥글어지다 낭창낭창 휘어져서 부드러운 곡선의 극치를 이루기도 하고,
버선코가 살포시 들어나도록 발꿈치를 앞으로 뻗더니 두 팔을 휘젓고는 어느새 오른손으로 수건을 잡고 왼손으로 수건을 살짝 받쳐 들었다.손목을 고이 접어 자연스러운 백학의 머리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미를 그려내고 있었다.수족상응(手足相應)이라 했든가. 손과 발이 어우러져 춤추는 봉황을 그려내고 있는 듯했다.책의 제목이 소리인 만큼 내용 중간 중간에 다양한 남도의 소리가 소개된다.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맛깔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남도의 소리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순우리말이 주는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불과 수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에게 혹독한 삶을 강요했던 시대 상황 하에서,
우리 여인네가 恨의 정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자 연인이었던,가혹한 비극의 역사를 견디게 한 근저가 되어준 그들의 삶에 경의와 찬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조선시대부터 근대 한국사까지 펼쳐진 우리 한의 정서에 이 소설은 독자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생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