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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나는 당신을 400년 동안 기다렸습니다.홍도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장벽을 허물어 버리는 기구한 여인의 삶과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역사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해결할 수 없었던 한 여인의 애환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1561년은 신유년이고 경진년은 1580년.1580년생이시면 올해로 433살 여자가 남자에게 눈길을 맞춘다.그렇다면 저는,1986년 병인년에 태어나 올해로 겨우 27살인 김동현입니다.
홍도의 미모와 엉뚱함에 반해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을 뿐인 동현은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드는 홍도의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든다.기억은,기억이란 게 항상 제멋대로입니다.사람은 제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을 기억하기 마련이지요.그러다보니 제가 기억한다고 모두 사실인 것만은 아닐 겁니다.홍도 그녀는 왜 현재에 나타났는지를 이 책은 말해준다
27살의 동현이는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자신이 정여립의 외손녀이며,400여 년을 늙지 않고 살아왔다는 홍도의 이야기를 듣는다.홍도는 자신의 아버지가 기축옥사때 외할아버지인 정여립과 함께 역적으로 몰려 목숨을 잃은 이진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끌려가 이연왕희라는 묘비명만 남기고 죽은 원수(선조)의 딸 정주옹주에게 복수를 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한다.
양반과 천민의 자식으로 만났지만,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자치기와의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까지.동현은 홍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울고 웃으며 홍도가 애절하고 허무맹랑한 얘기를 마칠 때마다 생각한다.궁금하다.홍도는 과연 앞으로 어떤 상상을 펼칠 것인가! 그녀는 백 년이 지나고 이백 년이 지나도 죽지 않았고,기근이 들어 풀뿌리조차 말라 비틀어져 사람들이 다 죽어가도
새벽녘 이슬 한 방울이면 죽지도 않았다.그녀는 천주교도들이 박해를 당하던 1801년,자신의 아버지가 다시 태어난 모습인 김한빈을 조우하고,조선인 첫 이민자를 태운 현해환을 타고 일본으로 가서 정주옹주의 환생인 네덜란드인 얀과 만난다.기억은,기억이란 게 항상 제멋대로입니다.사람은 제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을 기억하기 마련이지요.그러다보니 제가 기억한다고 모두 사실인 것만은 아닐 겁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 분명히 터무니없는 것들만도 또한 아닐 것입니다.조선중기의 시대는 변화의 바람이 줄기차게 불었다.삶의 절실함이 소설의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듯하여 감동이 남다르다.비록 소설이라고는 하나 현실에 가까운 현실속 이야기이다.우리는 꿈을 꾼다.때로는 그꿈이 현실에는 나타나지 않기를 원하는 꿈도 있다.현실의 무게앞에 우리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또하나의 꿈을 이 책에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