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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 동갑내기 부부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이성종.손지현 지음 / 엘빅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너의 가슴이 원하는 일.길을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지금보다 더 행복한 나를 만나고 싶다면 자,떠나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우린 아직 청춘이니까!지도를 따라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여행하는 이 기분!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자전거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것인지,적한 교외를 달릴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내 자유고,좋은 호텔에 묵으며 기분을 낼 것인지,저렴한 숙소에 머물며 경비를 아낄 것인지,아니면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서 캠핑을 할 것인지도 내 자유다.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제목으로 느껴지는 이 책은 온몸으로 받아들여지는 기행문이다.그것도 동갑내기 부부가 기록한 자전거 여행이다.청춘은 그래서 좋은가 보다.늙어가면서는 여행하기도 힘들고 어디를 간다고 하면 챙겨야하는 것이 많아진다.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는 그러나 이번에는 거리가 좀 멀다.아프리카,오세아니아에 이어 유라시아로 출발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이 부부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들어본다.땀방울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나를 향해 보내는 사람들의 미소 한 자락,극한의 오르막길 끝에 펼쳐진 짜릿한 내리막길의 쾌감,이 모든 것들이 페달을 밟으며 느리게 여행하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선물 아닌가.그 선물에 푹 빠져 이들은 어느새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나는 행복한 여행 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기름이 필요없는 자전거여행 자연과 함께하는 그것이 좋고 시원한 시냇물에 발을 담그는 여유를 준다.축척된 여행의 경험은 어쩌면 우리들의 인생이라고 말해도 좋다.힘이 드는 오르막길이 있는가 하면 쉬운 내리막길이 있다.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은 일, 이혼의 위기까지 갈 정도로 심각했던 부부싸움,영하 20도에 이르는 한겨울 터키에서의 험난한 여정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평균 해발고도 4,000미터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한 파미르 고원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 등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진행형이다.떠나는 건 더 뜨겁게 돌아오기 위해서야! 도전하지 않는 젊음이란 없어.머뭇거리지 마,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지금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떠나보는 거야.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방황하면 알게 될 거야하며 동갑내기 부부가 권하는 즐거운 여행이다.
우즈베크 특유의 춤과 술이 곁들여진 파티 같은 결혼식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신랑의 아버지가 우리를 찾아오셨다.신랑의 형이 한국에서 일을 하느라 결혼식에 참석을 못했으니 그를 대신해 축하 인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멀리에서 온 귀한 손님이라는 소개가 끝나자 나는 단상에 올라 그들의 앞길을 진심을 다해 축복해주었다.
전기를 충전할 곳이 없으니 전자제품들도 당분간은 소용이 없어졌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문명에서 떨어져 있으니 매일 저녁 텐트 안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일도 없어졌다.대신 모닥불을 피우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이리저리 시선을 빼앗기는 간판들 대신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자연을 감상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이 없어진 자리에는 대화가 그 공백을 메웠다.
떠나보면 느끼는 그곳의 아름다움과 어려움,고통을 느껴보는 이 책에서 나도 그들과 함께 시간속의 여행을 떠나고 있다.왜 이 책의 제목이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는 것인지 이제 조금은 실감이 간다.깊어가는 가을에 두 부부와 함께하는 유라시아 여행 살아가는 재미와 함께 오롯한 정을 느끼는 지구촌의 이야기가 있는 정겨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