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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이야기 - 내 영혼을 위로하는
김현 지음, 조민지 그림 / 오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밥상은 단순히 식욕을 채워 주거나 끼니를 때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을 회복시키는 힘을 지녔다.
밥상은 우리들의 삶의 추억과 꿈과 오늘을 살아가는 희망을 생산하는 곳이다.온식구가 마주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또는 신혼의 달콤함을 밥상을 마주하면서 느끼기도 하며 힘들고 지친 하루를 밥상에서 풀어보는 귀한 시간들이다. 그러나 핵가족화로 홀로 밥상을 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그 소박하고 아름답던 밥상의 기억을 잊혀져가고 있다.
유년의 그리움은 학교갔다 돌아오면 어머니의 따뜻한 아랫목에서 꺼내 주시던 밥에 총각김치를 걸쳐서 먹던 꿀맛 같던 밥상이 그립다.저자는 이런 사연들을 이 책에서 담고 있다.어느 시대에나 밥상은 사람들의 소통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가족이 함께 먹는 집밥에는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입맛과 성격, 취향도 고스란히 담긴다.
집밥을 통해 부모의 성격과 식성을 보고 배우고 소속감과 끈끈한 정도 느낀다.귀빠진 날은 귀빠지다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세상에 태어난 날,생일을 의미한다. 어른들에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그 표현이 참 재미있었다.아마도 애를 낳을 때 아기의 귀가 나오면 한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성인이 된 후 생일날 스스로 챙겨 먹는 미역국은 감회가 다르다.
내가 태어난 것을 자축하는 의미보다는 출산의 고통을 겪고 키운다고 고생한 어머니를 그리는 감사의 의미가 더 깊다.슬픔만큼은 아니지만 배는 고팠다.친척들의 등살에 떠밀려 빈소 옆방에 차려진 밥상에 앉았더니 덩그렇게 육개장이 놓여있다.왜 장례식장에선 육개장만 먹을까? 그날 내가 먹은 육개장은 맵지도 짜지도 않았다. 어떤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밥상은 우리들의 생가을 알고 있었을까!
이 책은 바닷가 산복도로 동네에 살았던 아홉 살짜리 소녀가 어른으로 커가는 저자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경험담이다.진솔하고 재미있는 글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 그려진 아날로그 정서의 그림들은 독자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킨다.세련되거나 화려하지 않고 오래되고 손때 묻은 느낌이 색다르고 흥미롭다.밥상은 과거를 그려주는 신기한 동화책 같은 느낌이다.마주 한 사람들을 기억해내는 힘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정성껏 차린 밥상이 그리워진다.어머니가 갓 지어준 따뜻한 밥 한 공기와 맛있는 찌개는 내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고단한 생활 속에서 내가 다시 일어나서 살아갈 힘이 되었다.아버지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즐겼다.정말 딱 반잔이었다.맥주 글라스에 소주를 반잔 부어서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를 그 술잔에 부어서 저녁마다 마신 것 같다.저자는 밥상이 단순히 식욕을 채워 주거나 끼니를 때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을 회복시키는 힘을 지녔다고 말한다.어머니가 갓 지어준 따뜻한 밥 한 공기와 맛있는 찌개는 나를 위로해 주었고,고단한 생활 속에서 내가 다시 일어나서 살아갈 힘이 되었다.
화려한 밥상이 아니라도 좋다.가족이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떠나간 가족들의 빈자리가 더욱 크고 넓어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밥상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의 애환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투명한 거울속의 나를 보는 것같다.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어머니의 구수하고 맛있는 된장국이 그리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