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증언
이용석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가을, 맑은 하늘에 낙엽이 질 때 광풍이 일고 일순간 나는 이렇게 죽어 갔습니다.아프지도 않습니다.곁에 전우가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비록 내 다리는 포화 속으로 날아가 버렸지만 이렇게 해어진 군복이라도 입고 있는 나는 그나마 따뜻합니다.누구는 나를 귀신이라 부를 것이고 누구는 나를 국군이라 부를 것입니다.또 얼마 있으면 세월 속에 이 옷마저 녹아 없어지겠지만 그래도 꿈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밥 한 끼 먹지 못했고,제대로 된 군복 한 번 걸쳐 본 적 없지만 우리는 싸웠고 적을 물리쳤으며 이렇게 오늘도 남아 있다.그리움으로 이젠 눈물도 말랐고 오로지 추억만 남았기에,나를 찾으러 온 후배 전우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겠다.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반세기가 지나가지만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다.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가가 우리나라이다.



죽은자들의 증언은 이것을 뒷받침해 주는 슬픈 역사이다.조국의 부름앞에서 이름없이 산화한 그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6·25 전사자 유해발굴 과정에서 밝혀진 전쟁 이야기는 전쟁을 모르는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전해주는 참으로 귀한 책이다.발굴의 현장에서 전해주는 죽은자들의 증언을 들어본다.사진과 해설을 곁들인 이책은 생생한 현장을 함께보는 것 같다.



비록 이름모를 계곡과 산하에서 백골로 변했지만 그들이 전해주는 애뜻한 사연들은 우리들의 가슴에 새롭게 와 닿는다.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국군포로 문제는 물론 전사자들의 유해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미국의 JPAC가 수범하는 투철한 실천의지나 철학을 떠올리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안보의 강조가 한낱 허구로만 들리는 후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충분하다.



우리는 그간 현충일만 되면 정부도 언론도 국민도 대단한 애국심이나 역사의식이라도 있는 양 화려한 수사들로 말 잔치만 벌여왔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저자는 상흔의 현장에서 유해발굴감식단 발굴과장으로 말하고 있다.
155마일 휴전선에 총성이 멎은 지도 어언 60년이 흘렀다.이제 전쟁의 상처는 아물어 젊은 세대는 이 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수많은 격전지도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변모해 버렸다.이렇게 모든 것이 변했지만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치열했던 전선,이름 모를 산하에 숭고한 피를 흘리며 희생되었으나,미처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전우의 유해다.전쟁 중은 물론이고 전쟁 후에도 전국 곳곳에 유기되어 있던 전사자를 수습해 안장하는 사업을 전개했었지만,여전히 많은 수의 유해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채 격전지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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