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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유 씨,유 씨는 창작의 세계를 알어유? 술병 나서 바닥을 기다가 겨우 일어나 수돗가에 앉아 맹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마을엔 오늘 다섯 방울의 비가 내렸다.마침 뽕밭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주인집 아저씨가 내 꼴을 보더니 쯧쯧, 혀를 차신다.그러고는 못된 송아지 어루만지듯 한마디를 툭 건네신다. 이봐유,유 씨! 유 씨 시방 나이를 얼마나 잡쉈슈?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감히 말하건데 류근의 글은 표현을 불허하는 묘한 술취함이 베어있다.그것은 맨정신으로는 글이 쓰지지 않는다는 그의 고백처럼 내게로 다가온다.하기사 맨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고 보면 무엇에든지 취해 살아가야 한다.술에 취하든지 글에 취하든지 시에 취하든지 당나라의 태백이도 아니고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가면 왠지 속이 후련함의 카타르시스를 감출 수 없다.
훗날의 시인들의 평가는 고사하고 점점 시의 소재가 사라지는 현실이다.통속적인 것에 얽혀 살아가는 운율의 그런 시가 아닌 몸으로 느끼며 고단한 삶을 표현하는 그런 시를 저자는 쓰고 있다.누구나 자아도취의 시는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이상의 광기와 도취,기형도의 서정과 성찰,함민복의 상처와 눈물이 이종교배되어 탄생한,21세기에 불시착한 낭만주의자 류근이다.
혹독하고 완고한 자기풍자를 감행하며 세상과 타인의 아픔을 대신 앓는 시인의 뼈저린 기록들을 엮어낸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의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당신의 상처는 안녕한가요?. 견딤을 깨우치기까지 시인은 견디기 위해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아름다워서,슬퍼서,외로워서,부끄러워서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낮밤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자신을 소멸시키면서까지 사랑을 했다.
눈물과 술,사랑의 고통은 시인의 상처이자,슬픔의 근원인 동시에 또한 그것들을 달래주는 진통제였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내면에 숨겨진 아니,그것을 까발리면서 나을만 하면 끄집어 내어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저자의 목적은 분명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나는 알듯 모를듯하다.그래 차라리 나는 이런 놈이요,하고 세상에 던져보면 남들이야 어떤 평가를 하던 간에 내 속은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을까!
혹독한 자기부정,자기풍자,자기조롱을 감행해,강렬한 독설과 풍요로운 비유를 바탕으로 시인의 격렬한 내면풍경과 그가 바라보는 세계의 모순을 통렬하게 까발리고 있다.그 냉소와 풍자 역시 이 책의 강렬한 개성 중 하나이다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내면의 아름다운은 유행어에 불과하고 허공을 메아리치는 현실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시인의 욕까지도 정겨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