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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ㅣ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이들이 제게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충고했습니다. 해보니까 알겠습니다. 이 일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요. 농담 삼아 회원국이나 친구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제 임무는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능한 임무로 만드는 것이라고요. 이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제정신이든 아니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공직에 헌신하려는 강한 사명감이 없으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날 밤엔가는 벌써 포기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40년 넘게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저는 항상 공직에 대한 강한 사명감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때로 어떤 의미에서는, 이를테면 서구인의 기준으로는 제 개인의 삶은 비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노예처럼 일한다고 비꼬기도 하더군요.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쾌거를 이룩한 사람이 있다면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한국은 1950년 6.25사변을 겪으면서 유엔의 구호물자와 원조를 받으면서 살아왔다.그런 나라에서 유엔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그것도 사무총장을 두번 연임하는 놀라운 덕망을 받으며 아시아의 거인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많은 세계인들의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는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강타, 칠레 광산 붕괴, 파키스탄 홍수 등 세계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제사회의 구호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은 물론 모든 안건과 자료를 숙지하는 철두철미함,부하 직원에게 전권을 주되 정치적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솔선수범으로 유엔 역사상 가장 먼저 연임을 확정한 사무총장이 되었다.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톰 플레이트(Tom Plate)는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아시아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손꼽히는 칼럼니스트이다.그의 2년여의 설득 끝에 반기문 총장과의 대화를 시도하여 이 책으로 나오게 된다.이 책은 그의 전기가 아닌 정치적인 소견을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대담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불평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재선되었을 때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그 소식을 얼마나 보도했는지 아십니까? 네, 저도 놀랐습니다. 거의 보도하지 않더군요.뉴스거리도 안 되는 건가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반기문이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갈리(1992~1996년 재임)처럼 단임 사무총장으로 남을 거라는 소문이 돌던 2년 전만 해도 누구도 그의 재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입을 뗀다.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충격이었어요.
저는 정치력, 군사력, 경제적 자원, 돈, 인적 자원 등 수많은 자원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회원국의 처분과 관할 아래 있습니다. 우리는 군사력이 없습니다. 저는 어떤 자원도 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자원과 돈과 장비와 시설은 회원국들에서 나옵니다. 제가 가진 거라고는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소집 권한뿐입니다. 유엔의 모든 결제의 권한은 반기문 총장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무총장의 가장 강력한 권한은 회의와 모임을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게는 의제를 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제껏 제가 해온 일이 그겁니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이고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저는 유엔이 세운 주요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제 모든 삶과 시간과 기력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담담하게 밝히는 반기문 총장의 건승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