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선은 넘어라고 있는거야!"라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주인공의 첫걸음은 여기에 그치지않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왠지 무슨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일조를 하는 팻말의 글자는 주인공의 상상력의 속으로 우리에게 여과 없이 전해준다.영국의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립대학 세인트오즈윌드 문법학교의 사택에서 시작된다.이 소설이 주는 느낌은 조금은 색다른 맛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로멘틱하면서 조금은 정형적인 틀을 강조하는 새로운 구성으로 짜여진 재미를 우리에게 안겨준다.읽을수록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 가는 묘한 느낌도 이 책이 주는 맛이다.사실 학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소설은 진부한 것이였다.그러나 이 책을 잡는 순간 아! 다르다.라는 표정을 감출수 없다.그것도 상류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때론 우리는 졸업을 하고 다시찾는 학교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화단에 들어가지 마시요!라는 팻말과 뛰지 말것!등등 그 시절의 교정생활은 천방지축이란 표현과 어울린다.누구나 감추고 싶은 유년의 추억이라든지,첫사랑에 가슴 두근거리던 말한마디 못하고 그의 주변을 맴돌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젠틀맨&플레이어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 사립학교 세인트오즈월드. 아버지 존이 이 학교의 수위로 일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이곳의 사택에 살게 된다. 어머니는 어릴 때 집을 나갔고,아버지는 복권 사 모으는 게 취미이고 술을 좋아하며 배운 것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전통 있는 학교에서 수위로 일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문밖에서 바라본 세인트오즈월드는
 
 
주인공에게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곳은 나니아나 오즈처럼 신비하고 먼, 주인공은 결코 속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질서와 권위가 있는 곳.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곳. 세인트오즈월드에 비하면 주인공이 다니는 서니뱅크파크 종합학교는 한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담장에 낙서가 가득하고 무질서하며 학교 밖에는 언제나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 그 학교의 수위시절의 아버지의 모습, 엄마가 떠난 뒤의 아버지와의 생활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는가! "무단출입금지" 문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과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과의 생기는 괴리적인 삶의 중간에서 서니뱅크파크 종합학교는 그에게는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어쩌면 엄마가 떠난 가정이라는 굴레에서 한없이 비교되는 성장기의 주인공은
 
 
요즘의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친구에 대한 우정과 질투, 못난 아버지에 대한 절망과 애증, 자신이 스승으로 삼고 싶어했던 사람에 대한 애정과 분노 등이 강렬한 정서적 울림을 지니고 펼쳐진다. 또한 교사, 학생, 부모 등 각각의 목소리를 충실히 살리면서, 저마다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 의혹, 혼란, 그리고 절망을 절묘하게 녹여내 거대한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주인공은 몸집이 작고 운동에 소질이 없는 데다 책을 좋아해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에게 선생님들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주인공은 대번에 그들이 자신과는 다른 부류임을 알아차렸다.류층과 하류층은 무엇이 다를까! 시대를 거슬러 갈수록 그 골은 깊이를 더해간다. 아버지의 열쇠를 훔쳐 밤마다 학교를 누비면서 일탈을 꿈꾸면서
 
 
동경의 대상들을 살펴보면서 대리만족의 기분을 느낀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그 학교의 교복을 바꾸어 입고 그학교를 거닐면서 그들의 흉내도 내어 본다.그러나 주인공이 느끼는 것은 신분의 차이,아니 층이 나누어지는 현실의 세계에서 작가의 경험속에 우러나오는 작품의 의도는 읽는이에게 무엇인지,세인트오즈윌드의 진짜 학생 리언을 만나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주인공의 장래는 바뀌게 된다. 십오 년후의 세인트오즈월드에 교사로 나타난 주인공은 그의 존재를 드러낸다. 조안 해리스의 작품이 주는 묘미는 뭐니해도 잘 짜여진 구성과  탁월한 언어의 표현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교사들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과 학생들의 대화는 소설속의 아이들을 현실로 데려다 놓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과 주인공의 치밀하고 계획에 의한 행동은 반전에 반전을거듭한다.기존의 이 학교 선생님들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주인공의 치밀하고 경이로운 복수전은 조용하면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감출 수 없는 스펙타클한 소설이다.그녀의 섬세하고 아기자기 하면서 대화체의 형식은 읽는 맛을 더해준다.추리에 로멘스를 그리고 심리적인 구성까지,
 
 
한번 잡으면 결코 놓을 수 없는 재미를 충족시킨다.과감하고 폭력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피하는 것이 좋다.이 소설이 주는 백미이다.맛있는 음식을 먹고난 뒤 마시는 녹차같은 느낌!! 왠지 깔끔한 책의 구성이 맘에 든다. 두꺼운 책이다.그러나 읽다보면 어느새 중간을 넘어 달리고 있다.조안 해리스가 주는 소설의 특징은 멈출 수가 없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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