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대형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집
박순찬 지음 / 비아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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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만화를 그린다는 건 마치 현실을 초월해 자신만의 경지에 오른 화백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시사만화의 거장 박순찬,현실의 삶을 무너뜨리는 허황된 관념을 꼬집고 있는 것은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자유로운 작품활동을 통해 보여주는 카툰집이다.무협지 속 인물의 행동에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면 모든 것이 우스워지고 공격하기 전 큰 목소리로 기술의 이름을 외치고, 불필요하게 하늘을 날고,기세만으로 상대를 압박해 싸움에서 승리하는 용산대형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비현실적인 이런 설정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특수한 허구의 세계라는 합의가 있어야 하며,캐릭터들은 그 세계관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이런 허구의 관념들이 현실에서도 실제로 위력을 발휘할 때, 우리의 현실 감각에는 균열이 생기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차이가 생기는 카툰이다.허구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우리의 삶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사람들은 풍자라는 말로 정의를 내린다.장도리 연속극을 최신순으로 배치해 최근의 사건을 대입해 볼 수 있도록 4컷 만화의 완성도는 살리면서,각개의 사건들은 연결되는 새로운 형식의 시트콤 만화로 현실에서 전개되는 사건 사고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팩션(faction)촌철살인의 만평으로 새로운 장르로 풀어주고 있다.




많은 시민이 정치인의 발화에서 숨은 의도를 빠르게 알아채고 텅 빈 수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한 컷의 만평으로 구성된 장도리 만평을 시간순으로 실어,특성상 그려질 당시의 사건 맥락을 모르면 그 의의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작가의 설명을 함께 달아 당시 상황을 속도감 있게 되짚고,다양한 각도로 과거를 조망해볼 수 있게끔 했다.권력 기관은 일상생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초현실적인 권위를 스스로 만들어내고,언론들은 판에 박힌 어휘와 표현을 반복하며 허황된 관념을 강화하고,또한 어떤 전략들은 은밀하지도,암시적이지도 않다.얄팍한 포장이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밀려오는 무력감은 우리가 견디기 어렵다는 소화불량을 겪는다.




시사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장도리 연속극 시리즈와 다양한 각도로 상황을 조망하게 하는 장도리 만평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우스꽝스럽게 강조되어 그려지는 정치인의 얼굴은 유권자의 욕망 또는 희망, 분노, 좌절을 반영하는 얼굴이고,정치인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분노하는 것은 그 정치인 개인에 대한 분노를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상식에 대해 분노하는 것과 진배없다.용산대형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은 자유,반공,법치 등의 관념으로 규정된 무공을 선보이고,현실을 볼 수 있는 시민들의 눈에는 한심한 코미디로 비칠 뿐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비현실적인 무술은 실전에서 일격에 망신을 당할 운명을 갖고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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