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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를 그리다 ㅣ 연시리즈 에세이 2
유림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6월
평점 :

저자
유림(釉淋)의 글과 그림이 아련한 추억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빨리 빨리의 시대에 살다보니 때론 현기증을 느낄 때도 있다.저자의 책을 보면서
나도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20대초의 직장이 필림을 작업하는 암실이었다.컴퓨터나 그래픽으로 하는 작업이 아닌 손으로 일일이 그림을 그리고 필림을
만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중노동? 이었다. 그래도 산업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직종이었다.

아이스케키라든지
퀸의 노래나 아바의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좋다.음악다방 VJ, 우리 때는 이야기가 나오면 꼰대소리 밖에 들을 수 없지만 추억의 언저리에 미소짓고
서있는 흑백사진의 빛바랜 나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노인은 추억에 살고 청년은 꿈에 산다는 말이 실감난다.칼라의 선명함도 좋지만 흑백의 여백이
의미를 살려 준다.그 시대를 살아온 자들만 아는 동병상련의 가슴 시린 날들이었다.

닐케의 시집을
들고 다니던 때론 시적이고 지적으로 보이고 싶었던 날들이 새록새록 돋아 생각난다.지직거리는 라디오는 자기의 몸무게 두배가 넘는 건전지를 등에
지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고 고단한 삶의 하루를 정리해주는 머리맡에 친구였다.지금은 방마다 티비가 있다면 그 시절 좀 사는집!아니면
없었다.고딩때까지
다방은 어른들만 가는 "미쓰 킴" 을 부르던 곳이었고

입사 때 물어보던 "커피는 잘 타냐!"가
일 순위였던 것을 생각하면 씁쓸한 미소가 올라온다.지금의 믹스커피는 그때의 레시피를 기억하고 만들었을까? 클래식한 아나로그는 디지털의 해박함보다
정감이 간다.필름을 넣고 찍던 카메라가 사라지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에 구식이 값이 나간다니 LP판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추억 한
웅큼 우리는 과거로 달려본다.

철길 옆에는 누가 살까?
지난 시절 고무신을 신고 뜨거운 한여름의 철길가에서 달리기도 했던 기억,흑백시절의 꿈도 흑백으로 꾸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도시락 싸오던
학창시절의 우리는 결코 소세지가 햄이 아닌 밀가루 반죽의 것을 최고의 반찬으로 여기며 먹었다.티비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벌써 세월이 이렇게
보내는 내 나이가 아쉽다.

요즘의 디지털은
감정이 없나! 약간은 허술하고 빈틈도 보이고 그것이 여유인양 웃어 주던 우리네 삶이었다. 고구마를 먹은듯 팍팍한 시간처럼 꼰대소리를 듣지만
아날로그를 통해 보여지는 사진의 모습들은 청춘의 이십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감상이다.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김치는 김치다.피자의 느끼함도
스파게티의 느끼함도 잡아주듯 아날로그의 감성은 영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