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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견본집 ㅣ K-포엣 시리즈 8
김정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8월
평점 :

천년의 세월을 훌쩍
넘기면서 우리들이 표현하는 단어들도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간다. 기호와 구미에 맞게 마치 음악 악보에 붙은 음표처럼 강약, 중간약, 그러나
우리들의 삶에서 이런 표현들은 잊은지 오래이다.강 아니면 약이다. 중간은 없다.김정환의 자수 견본집은 잊혀져가는 본성의 시적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인간의 본성과 종교의 심취가 만들어가는
시적인 감각은 구도자의 그것과도 같이 혼란스럽다.마치 형태 하나 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를 보는 듯하다.그의 시에는 단어 하나 하나에 묻어
나는 세월의 흔적을 본다.동병상련의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는 현장을 보여주고 감정의 끄나풀을 여지없이 끄집어내어 패대기 치고
있다.

만년의 미래를 훔치고 싶은 마음은
나에게도 있다.누렇게 손때 묻은 책은 단순히 세월의 흔적이 아닌 인생의 흔적 때문에 그렇게 보여진다.마치 보수동의 헌책방 골목에 서성이는 나를
보는듯 소스라친다. 다양한 감정의 시상들이 오버랩 되면서 자수 견본집의 페이지는 달리고 있다.
들은 이야기의 원천은 자기고백이 아니면
카드라 통신이다.십자가의 사건을 장엄하게 펼치며 2천 5백년을 훌쩍 넘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언뜻과 문득의 차이를 그려주고 있다.먼저 간 님들이
살다남은 찌꺼기를 지금의 우리는 유물이라고 이름한다. 음악의 장르는 조잡스러운 것의 조합이다.결국 과거는 흑백티비 같고 현실은 칼라티비의
표현이다.꿈도 그러하다.과거는 흑백으로 현실은 칼라로

나는 글쟁이를 싫어했다.맨날 해대는
소리가 멀건 대낮에 뜬구름 잡는 소리나 지껄이는 딴따라 다음 가는 아이들로 치부했다.그런 나에게도 소질이 보인다는 초등학교 담임샘의 헛소리에
원고지 가득 채우던 나의 방을 기억한다. 한편의 시를 써내려 가는 것과 인생살이의 희노애락이 같다는 것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깨닫는다.
오래 담근 술이 맛이 있듯,저자의 깊이
있는 한 구절,한 구절은 지나온 날들을 유추하며 내 오랜 습작 노트를 끄집어내는 추억에 사로 잡힌다.마치 시리고 아픈 이빨을 감사쥐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새벽처럼 한땀,한땀, 한올,한올, 자수 견본집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