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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에 꽃이 피면 - 아물지 않는 상처, 6.25 전쟁 ㅣ 근현대사 100년 동화
고수산나 지음, 이갑규 그림 / 풀빛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 내용엔 한글자도 등장하지 않지만 문득 봉황이 떠오릅니다
태평 성대에 등장한다는 전설의 새
그 전설의 새가 먹는 유일한 먹이가 대나무의 열매래요
일생에 단한번 꽃이 피는 대나무
그 꽃이 피고 나면 대나무는 죽지만 열매가 생긴대요
그리고 열매를 먹기 위해 봉황이 날아오고 그곳엔 태평성대가...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집에 벽오동을 심었다고 해요
봉황은 앉는 자리도 까다로워서 벽오동에만 앉았다고....
이 책을 보자마자 봉황이 떠오른건 그래서 일것 같아요
대나무에 꽃이 피면 (태평성대가 온단다)
괄호 생략
ㅎㅎㅎㅎㅎ
하지만 그 런 연상과는 반대로 ㅠ.ㅠ 표지부터 모습은 암울하기만 하네요
이야기의 시작은 평화로운 여름날
자전거를 배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순영이 하지만 그 평화는 순식간에 깨어지네요
전쟁이 났다는 뉴스
우리가 이기고 곧 전쟁이 끝날거라는 기대는 조금씩 깨지고 아버지는 오빠를 홀로 피난 시킵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람들의 이기적인 작태에 놀란 순호는 죽어도 가족과 함게 죽겠다며 돌아와요
북한군을 피해 산속에 숨는 아버지와 순호
믿었던 이웃의 고발로 아버지는 들켜서 북한군의 부역을 하게 되네요
인천 상륙작전과 함께 북한군은 물러가지만 연합군의 폭격에 휩쓸려 오빠는 죽고 남에서 올라온 북한군에게 아버지는 끌려가네요
대나무 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는 아버지의 약속....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없는 전쟁통에도 일상은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것도 잠시뿐
북에서 다시 중공준이 내려온다는 소식에 순영네 가족도 집을 떠나야 하네요
안갈 거라고 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는 순영의 고집은 고집일 뿐
새어머니의 강권에 동생들을 데리고 떠나야 합니다
피난길에 만나는 풍경은 그야말로 잔인하네요
그 와중에 순영은 조금씩 새어머니와 동생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피란수도 부산에서도 생활은 힘들기만 하구요
그 속에서 새 인연들도 만나게 되기도 하네요
길고긴 전쟁도 마침내 그만 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종전이 아닌 휴전...순영네 가족이 돌아온 고향집은 예전의 고향집이 아니네요
하지만 다시 살아가야 하지요
돌아오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랫목에 공깃밥을 묻어두는 세월
대나무에 꽃이 피면 아버지는 돌아오신다고 했는데 그날은 언제일까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순영이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끝나지 않는 기다림...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대나무에 꽃이 피었다는 소시이 들려와요
순영은 이제 자기가 아버지를 만나러 갈 거라며 죽음을 예감합니다
하지만 이 예감은 들어맞지 않아요
비롯 뼛조각으로지만 아버지를 찾아내게 되니까요
오빠의 만년필과 순영의 옷핀을 간직한 아버지의 시신...
그렇게 대나무에 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은 지켜졌네요
100년도 안된 이야기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아닌 실제 역사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 남아있지요
아주 어린 날 할머니께 드문드문 듣던 이야기들보다 책에서 본 현실은 훨씬 잔혹하네요
아마도 서울과 시골의 차이도 있겠지요...
작가가 어린날 들었던 이야기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세대도 잘 모르지만 지금 이 책을 읽을 아이들 세대는 정말 알지 못할 이야기
지금 무슨 6.25 얘기냐고 하는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고 우리의 어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의 순영은 아버지를 뼈로라도 만나고 눈을 감았지만 아직도 가족을 만나지 못한 분들이 계시고 가족의 흔적이라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지요
대나무 꽃이 폈는데...
이땅에 진정한 평화는 언제올까요...
새삼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