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면의 방 -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
메리 크리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우울증을 진단받은 여성이 스스로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를 이해하고 기록하기 위해 쓴 책이다.
책의 저자 메리는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잃은 뒤 점점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경험한 뒤 자살을 시도한다. 그녀는 전문 의료진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입원해 고강도의 생물학적 및 심리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을 딸의 죽음과 같이 충격적인 사건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딸이 태어나자마자 죽는 경험은 생각보다 흔하지만 생각만큼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질, 성장 과정에서의 주변 환경, 부모의 우울 경험, 결혼 이후 성취 경험의 박탈, 남편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하며 형성된 무의식적인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이 발병된 것이기 떄문이다.
이것은 우울증에 대한 원인을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이유이자 개인마다 증상과 치료법이 같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의 개입을 통한 개인에 맞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그녀는 1992년 처음 증상을 경험한 이후 아직도 우울증을 겪고 있다. 우울증은 절대 낫지 않는 절망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약물 복용을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책에서 그녀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불안에서 벗어나기는 했어도, 나는 이 병이 내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계속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삶이 장기적으로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더 큰 인내심과 유연함을 가르쳐 준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우울증을 완전히 이겨낼 수 없기에 우울증을 안고도 잘 사는 방법을 깨달은 듯하다.
이 책은 우울증 환자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책은 아니다. 자세한 묘사와 우울증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떄문이다. 우울감을 경험하지만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자의 상황에 이입되어 더 심한 우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울증을 겪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우울증 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며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체험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한 치료를 받는 중인 또는 상태가 호전되어 차분하게 우울증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저자의 기록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과 그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 모두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전자는 대부분 우울증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관념(즉, 사회적 비정상) 때문일 것이며 후자는 질병이 가져오는 끔찍한 증상에 대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부제를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보다는 '냉정한 호기심으로써 내려간 우울증 생존자의 기록'으로 설정했으면 독자들이 접근하기 좀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