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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ㅣ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전 책이 학원으로 도착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겉봉투를 뜯고 책을 대충 훑어 본후에 교무실 내 책상위에 가만히 올려 놓았었다. 몇 시간후 평소 내 책상위 책들의 탑 꼭대기에 올려져 있던 이 책을 교무실을 들락거리던 몇몇 학생들이 뒤적이는 모습을 보았다.
"어때? 재밌냐?"
"선생님! 이번 책은 재밌네요! 학교에서 배운것도 나와있어요. 사진도 많고..."
"어, 그래"
평소 책이랑 담을 쌓고 지내는 녀석들이라 애들 입에서 재밌다는 말이 나오니 괜히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일도 바쁘고 읽던 책들도 있고해서 좀 미뤄뒀다가 읽으려고 마음먹었었는데 고놈들 때문에 그날 퇴근하고 바로 책을 읽었다. 책장을 펼치고 읽어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다양한 이미지로 구성된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는 과연 나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먼저 재미라는 기준으로 이 책을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사진과 그림을 포함한 시각적인 정보의 풍성함과 변화무쌍한(?) 편집, 게다가 눈에 잘 띄는 색채와 또 개성 있는 카툰으로 무장하고 있는지라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책이다. 물론 항생제니 유전자 조작, 장기이식 그리고 비만과 환경호르몬과 같은 요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로 과학의 양면성에 접근하고 있는 방식자체가 읽는 사람의 흥미를 잃지 않게 하지만, 한 가지 주제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science episode와 또 새로운 주제가 시작될 때 나오는 다양한 인용글에서 책의 재미가 더욱 쏠쏠해짐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과학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상 사람들의 눈을 끄는 책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 과학서적들이 딱딱함이나 지루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일반 사람들이 첨단 과학에 대해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일깨워주는 책은 더더욱 만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는 과학에 대한 관심의 증폭과 과학이 가진 양날의 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즐겁게 말이다.
인간의 불치병을 고치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연구되는 장기이식과 장기복제등과 같은 생명공학과 유전자 연구가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며 그에 따라 동반하게 되는 생명윤리에 관한 다양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 점점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원자력에너지의 허와 실, 병을 유발하는 미생물들 즉 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과학자들의 결실인 항생제와 현대에 와서는 너무 남발되기 때문에 발생되는 항생제 내성균문제등은 현재 인류가 고민해야하는 과학발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놓고 있다.
지은이는 단순히 현재 논란이 되는 과학적인 지식과 결과의 전달이라는 관점으로 책을 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화학비료를 이용하여 많은 작물을 수확하고, 다양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식량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졌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비료와 약품이 섞인 음식물에 대해 또는 유전자가 조작된 식품에 대해 분명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학비료와 유전자 조작은 배고픈 많은 인류를 구원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단순히 먹고 살만해 졌다고 해서 과학의 발전을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여 악마의 부활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신해서 현재로써는 가장 경제적인 대안인 원자력발전이 방사능과 폐기물이라는 문제를 안고는 있지만 그 덕에 우리는 전기라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 과학의 발전이 자연의 법칙을 깨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과학의 발전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현재보다 더 불행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지은이가 강조하듯이 과학의 발전을 효율적으로 제어 할 수 있는 사회적인 합의와 일반인들의 성숙한 과학적인 지식수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이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었을 때 부정적인 위험성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연구를 막는 다는 것은 큰 불행이며 인류의 진보에 역행하는 행동일 것이다. 지은이는 과학의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나도 역시 이 의견에는 찬성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사회적인 제어장치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과학의 발전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안이 없는 것 보다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런 선택의 폭을 결정하고 과학 발전에 대한 윤리적인 장치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건 과학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과 사회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의 양면성에 대한 가타부타의 최종적 결론은 개개인의 판단이 모아져 사회적인 여론으로 수렴될 것이다. 충분하고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와 과학발전에 대한 효율적인 제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지금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한 면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할 때. 분명 이 책이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책 이면에 깔아놓은 것은 과학의 발전을 제어하고 또한 과학과 사회가 더불어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 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반 대중이 과학에 대하여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식과 지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학원의 아이들중 두 녀석이 책을 빨리 읽고 빌려달라고 조르고 있다. 기특한 녀석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빌려 달라고 한건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분명 그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현대과학의 양면성을 깨우칠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이 책을 통해 과학 발전이 결코 과학자들만의 몫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인들 즉 우리들이 끼어들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는 사실까지도 잘 이해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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