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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평점 :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까?
좀 난감하긴 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고등학교 국사책을 뒤져 봐야했다. 그리고 검색 창에 부여니 옥저니 동예니 하는 고대 국가들도 검색해야 했다. 어떤 책에서 본 듯한 미트라교도 찾아보고 조두(俎豆)가 뭔지 사전도 뒤적였다. 그래도 아직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면서도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하다. 난감하고 혼란스럽다고해야하나. 역사란 것이 이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철저히 자료를 뒤지고 유적을 답사하고 유물을 연구해서 빙고라고 외치기 어려운 뭐 그런 거 말이다. 그것 참.
우리의 시조 고조선의 단군은 수메르어의 태양신 ‘딩기르’ ‘다곤’을 이두로 옮긴 글자로 환웅의 이야기가 사르곤의 이야기와 대응된단다. 해모수는 메디아의 영웅인 프라오르테스이고 해모수와 함께 사르디스를 공격한 기비(cambi)는 《일본서기》의 인물 스사노오 미코토란다. 국사책에 만주 길림성 일대 송화강 유역에 존재했다던 부여는 페르시아 제국이었고, 신라는 아르메니아의 카파도키아에 있던 나라였단다. 춘추전국시대의 초나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첨예하게 맞서는 현재의 가자지구에 있던 나라고, 중국의 통일제국 진(秦)나라는 마케도니아에 있던 나라였다는 뭐 그런 이야기. 보너스로 현재 아르메니아가 있는 곳에 차탈휘위크 지역이 우리 고조선이 있던 장소였단다. 고조선은 만주와 북한지역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것 참.
내가 알고 있는 역사지식라고 해도 지금 중, 고등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딱 그 정도 지식이 전부인 나에게 『샤먼제국』은 어려운 책이었다. 달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문자(한자, 영어, 이두 등)에 무식하고 식견이 뒤떨어지며 상식도 모자랐기에 《산해경》,《사기》,《환단고기》에다가 헤로도토스며 박제상이며 일연이며 김부식이며 그밖에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과 문헌들과 인물들까지, 책이 전하는 정보의 절반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의 이해능력의 한계를 절감했다. 한 구절 인용해보겠다.(타이핑도 만만치 않을 듯싶다) 그것 참.
그렇다면 촉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등장했는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여기에서 다시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헤로도토스의 세계지도에는 소그디아나가 sogdi로 표기되고, 그리스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에는 소그디아나가 사카sakas와 구별되지 않는 지역에 있다. 이 지역이 스키타이scythie인 것이다. sog, sak, scy와 같은 두음은 수메르어에서 신의 정령을 의미하는 풍경(風磬)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 풍경을 saka라도 하기때문이다. 풍경은 바람과 뿔이 달린 물고기(정령)라는 의미이다.
중국은 촉을 고촉, 파촉, 전촉, 후촉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부른다. 《자전》에서 ‘촉’을 ‘벌레의 총칭’이라고 하고 굼벵이를 예로든다. 이것이 조두와 관련되는 일이라는 것은 이 용례에서 알 수 있다. 예컨대 묘당에 모시는 신성한 그릇이거나, 홀로 격리되어 있는 귀[耳]라고도 한 것 등은 의심의 여지없이 흉노의 조두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무속에서 말하는 ‘신주단지’이다. -본문 517, 518쪽
어떠신가? 대단하지 않은가? 60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의 상당부분에 걸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뭘 좀 알고 읽는다면 뭐가 어떻다고 칭찬도 하고 비판도 하겠지만 난 그저 읽고 신기해했을 뿐이다. 또 즐거움도 나름 있었다. 하지만 읽은 내용에 대해 뭔가 글로 남기려니 그것 참이라는 말이 튀어 나올 뿐이다. 그것 참.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고대사의 거의 대부분이 지중해와 서남아시아 그리고 멀리 동유럽까지도 포함된 거대한 지역에 걸쳐 형성되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유물과 유적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여러 지역의 지명과 고유 명사들의 이두식 발음에 착안하여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장들을 피력하고 있다. 지적 능력이 미천한 나로서는 무엇이 어떠하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역사적 상상력의 깊이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책을 쓴 지은이가 터무니없이 역사에 대한 비약을 너무 심하게 서술했다는 평가도 걱정스럽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 참.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엮어지는 국사(國史)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현실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하면 나 또한 너무 비약이 심한걸까?
태양을 숭배하고 천문학에 능통한 사제들의 지배를 받았던, 지중해에서 출발해 서남아시아를 거쳐 동남아시아와 중국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을 아우르는 거대 고대제국에 존재했다는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해 어쩌면 어느 정도 가공되고 왜곡된 승자의 역사만 배우고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 그냥 외우는 것만으로 끝나는 역사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생생한 역사 뒤집기를 말이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공부해야하지 않는가? 그것 참. 이것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