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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테 콜비츠
캐테 콜비츠 지음, 전옥례 옮김 / 운디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캐테콜비츠의 일기를 중심으로 엮어져 있다. 물론 그녀의 작품에 대한 해설도 첨가되어 있지만 주된 내용은 인간 캐테를 중심으로 가족과 그녀의 작업, 그리고 그녀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분류하여 구성한 그녀의 일기이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진보적인 외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캐테는 오빠 콘라드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성장기를 보낸다.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대부분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콘라드 또한 사회주의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이러한 오빠의 영향은 바리케이트 뒤에서 총알을 장전하여 투쟁하는 오빠를 돕는 자신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캐테를 만들게 된다. 게다가 노동자집단거주지에서 의사활동을 하던 남편 칼과의 결혼에서 캐테의 예술 지표는 노동자 계급으로 대변되는 프롤레타리아들과 뗄 수 없이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빈곤과 궁핍속에서 기본적인 인권마저 무시당하며 자본의 억압을 겨우 견디면서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 속에서 캐테는 자신이 추구할 예술활동의 커다란 줄기를 잡아가게 된다.
캐테가 선택한 예술적 장르는 판화였다. 판화는 여타 다른 회화장르보다 간결하고 단순하며 명료한 것이 특징이다. 판화는 현란한 색감과 풍부한 선 그리고 다양한 해석을 동반하는 구도와 거리가 멀다. 명쾌한 선을 중심으로 흑백으로 양분되는 단순성은 보는 이에게 강력한 메세지를 남긴다. 이러한 판화의 특징들로 인해 판화는 혁명에 있어서 대표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한다. 귀족적이라 볼 수 있는 회화들과는 달리 판화는 캐테가 매력을 느끼는 프롤레타리아들의 삶을 가장 적절히 표현 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초기 그녀의 작품들인 『직조공 봉기』,『농민전쟁』등에서 볼 수 있는 강한 선들과 암울한 흑백의 조화에서 판화를 통한 참여예술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배제된 캐테의 작품은 어둡고, 칙칙하며, 뭔가에 억눌린 모습들의 인간상이 보여진다. 이는 비참한 프롤레타리아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으며 "미는 추한 것이다"라는 졸라의 말처럼 캐테는 추함에서 당시 사회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본질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1914년에 시작된 1차대전은 케테의 예술과 그녕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강요한다. 끔찍히도 사랑했던 둘째아들 페터의 전사는 그녀에게 극도의 상실감을 가져다 주었다. 캐테는 아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가야 할지 새로운 지표를 설정하게 된다. 후세에 강력한 반전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경고비』,『부모』등의 조각작품이 이 시기에 계획된다. 전쟁중에 많은 어머니들과 부인들 그리고 전쟁터에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위안을 여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쟁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나타내는 많은 작품들이 이 시기에 만들어지게 된다. 이 때부터 캐테는 한 전사자의 어머니가 아닌 전쟁에 참가한 모든 젊은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가고 있었으며 그녀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이러한 경향의 작품은 계속 발표된다.
캐테 콜비츠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인정스러운 인간이었다. 작품에 임할때는 자기자신을 닥달하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괴로워 하면서도 자신을 필요하면 언제든 기꺼기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였다. 작품에 대한 엄격함과 예술에대한 내면적인 갈등은 그녀가 남긴 많은 수의 자화상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끝없는 성찰의 결과 그녀는 상당히 많은 자화상을 남겼다. 특히 1937년에 남긴 말년의 자화상에서는 선이 사라지고 명암만이 존재하는 듯한 캐테의 얼굴에서 달관자적이며 말년에 이르러 결국 그녀가 추구하는 예술의 참뜻을 깨달은 것 같은 인식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물질 문명사회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완전히 굴복하였으며 신자유주의라는 외투를 입은 현대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를 증대하고, 환경오염을 가속화 하며, 다양한 인종, 민족, 종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국지적인 전쟁과 끊임없는 테러에 전세계가 몸살을 안고 있다. 몇년전 한 혁명가의 이야기가 유행한적이 있다. 혁명이 필요한 시기라서 그런 책들이 베스트 셀러가 된다고 하는데 현재와 같이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필요한 코드는 혁명가가 아닌 캐테콜비츠와 같이 어두운 곳을 보듬을 수 있고 인간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낸 선한 사마리아의 여인과 같은 코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위 리뷰는 리더스가이드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