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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자
아라이 도시아키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반역자 아라이 도시아키 / 양억관 옮김 푸른숲
어느 시대에서도 시대의 반항아, 시대의 반역자는 항상 존재해 왔다. 권력과 체제에 대한 도전을 과감히 실행한 반역자들은 그들이 의도한 계획이 성공했느냐 혹은 실패했는냐에 따라 역사속에서 그 평가가 많이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역이란 '권력이나 권위를 거역하는 것, 국가와 권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쉽게 반역도당이라 부르며 반역자라고 낙인찍힌 역사의 인물들은 대부분 반역에 실패한 사람들일 것이다. 반역이 성공했다면 새로운 시대의 정통파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중요한것은 한 시대의 반역자들이 단순히 권력에 도전했다가 사라지는 역사의 이방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역사에서 다양한 시대의 반역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반역이 실패하였더라도 이 후 다음 시대를 열거나 반역의 대상이 되었던 권력을 무너뜨리는데 혹은 더 발전적인 세상을 만드는데 그러한 반역자들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실패했지만 진승과 오광의 난이 진제국을 멸망시키는 기폭제가 되었고 홍수전의 태평천국의 난이 청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듯이 말이다.
아라이 도시아키가 쓴 반역자라는 책은 중국 역사속에서 반역자로 지목된 16명의 반역자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안녹산, 왕망, 홍수전 뿐만 아니라 청말 여성반역자였던 추근, 현대 중국에서 마오쩌둥을 암살하려 했던 린뱌오까지 다양한 반역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특히 명시대의 반역자 해서는 그의 행적이 현대 중국사에서 문화대혁명이라는 사건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청백리의 대명사인 해서는 명나라 황제 가정제에게 충신들을 멀리하고 군신의 예를 무시하며 도사들에게만 편파적으로 높은 작위와 녹봉을 주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상소문을 올리게 된다. 해서는 이 상소문을 올릴때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관을 준비했다고 한다. 가정제의 노여움을 산 해서는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지만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조정에서 짧은 시간을 공직에 임한 후 청백리의 삶을 조용히 마감하게 된다. 이후 1959년 해서의 사건을 다룬 경극 '해서의 면관'이라는 작품을 둘러싸고 당시 권력자였던 마오쩌둥과 펑더화이가 각각 가정제와 해서로 비춰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어 결국 문화대혁명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펑더화이는 루산회의에서 비현실적인 마오쩌둥의 '대약진 정책'의 실패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해서로 비춰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마오쩌둥은 가정제가 되고 만다. 하지만 루산회의에서 마오쩌둥은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펑더화이를 축출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마오쩌둥은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중국공산당을 상대로 반역을 하게 되는데 그 사건이 전 중국을 뒤흔든 문화대혁명인것이다. 문화대혁명은 비행기 추락사로 유명한 란뱌오라는 반역자를 만들게 된다.
역사의 긴 과정속에서 반역자들의 자취는 사못 경이로운 면도 있다. 분명 반역자가 역사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 사회가 많은 혼란과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반역에 실패하여 정통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반역자들의 삶과 행동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 정치와 경제 그리고 외교의 불안함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혹자는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건국이래 최대 혼란상태라고도 한다. 부조리한 권력과 힘이 존재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이시대의 반역자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