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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ㅣ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평점 :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구실을 한다는 말이 있다. 근데 그 사람구실이란 것이 체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면 군대를 가야하는 건 맞다. 또 군대 가면 인간돼서 돌아온다는 말이 정신이 황폐해지고 단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군대가 인간을 만드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군대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남자들은 쉽게 우리사회의 병영문화와 잘 적응하고, 수직구조의 사회 시스템과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군대는 우리나라에서는 별 문제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매우 고도의 인간개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이 독특한 군대문화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반감시키는 동시에 지구촌 인류가 지향하는 절대적 가치인 평화와 공존의 흐름을 역행한다.
국가가 상비군이라는 직업 군대를 유지하게 된 것은 많이 가진 사람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국가가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확보와 식민지 경영 그리고 강대국 간의 식민지 쟁탈을 위해서였다. 냉전의 분위기에서는 군대와 전쟁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연관된 듯 보였지만 본질적으로 군대의 필요성은 자본과 돈의 논리에서 좌우된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어찌 보면 각국의 군인들은 돈을 위해 싸우는 용병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국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민간인들의 목숨을 빼앗고 그네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군대의 징집을 반대하고,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아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는 군대를 없앤다는 가정을 통해 인류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종교적인 이유와 평화의 신념으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비겁자도 아니고, 매국노도 아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공통된 의무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과 주변 열강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이유 때문에 스스로의 양심을 거스르고 총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는 한 인간의 양심을 자유를 철저히 유린하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꼭 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대체복무의 기회를 만들고 정비해서 평화를 위해 총을 들지 않는 대신 범죄자가 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인권을 지켜주어야 한다. 나아가 구태의연한 국민개병제를 포기하고 모병제를 거쳐 종국에는 군대 없는 국가로 발전해 나가야한다. 국민의 의무라는 이유로 신성시되는 병역의 의무에 관한 논의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그리고 논의의 끝은 잠정적으로 군대가 없는 사회로 향해야 한다. 아직 이러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성숙한 사회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에서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양심에 의해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용감한 사람들이다. 알면서 침묵하며 사회와 타협하는 대다수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다.
인류는 전쟁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기에 평화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늘리고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고 말이다.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애국심을 버리고 “환대”라는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덜 쓰고, 덜 소비하면서 가난하지만 타인을 끌어안고 환대하는 분위기가 개인과 사회를 넘어서 국가 간에도 이루어진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과거 가난했지만 안정적이었던 시대에 돈이나 경제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맞이하고 환대해서 돌려보내고, 열 사람 각각의 밥 한술을 덜어 한 사람 몫의 밥을 더 만들어내는 지혜가 절실하다. 군대를 없애면 나라가 망할까? 현재와 같은 경제구조와 국제관계에서 보면 군대 없는 나라가 망할지도 모를 일이겠다. 하지만 지독히 자본위주로 돌아가는 매우 비인간적인 현재의 세계를 바라본다면 머지않아 군대를 운용하는 국가들 때문에 인류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지금의 경제구조는 필연적으로 전쟁을 통해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군대가 없는 나라는 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대가 사라지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