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에서 가장 골치아픈(?)것이 있다. 바로 증명하는 것인데, 단순한 계산력만을 수학이라고 배운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수학공식이나 수학개념들 혹은 도형에 대한 증명문제에서 많이들 어려워한다. 특히 당연하다고 받아 들이던 개념들을 증명하라는 문제에 맞닥뜨리면 아이들의 표정은 굳어진다.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수학개념을 증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 귀류법이라는 방법과 대우증명법이라는 방법이 있다. 결론을 부정하거나, 주어진 명제의 부정에 가정, 결론 자리까지 바꾸고 증명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냥 보기에 까다로운 증명문제 가운데는 이렇듯 문제자체를 뒤집어 봄으로써 쉽게 풀리는 문제가 많다. 이 책은 미국에 대한 책이다. 미국에 대해 미국의 패권과 국제 정세 그리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에 대한 책은 그동안 적잖이 출판되었다. 그런 미국 관련 책들과 비교해 책은 약간 독특하다. 부정이라면 부정이고 비틀어보기라면 비틀어보기랄까 있는 그대로 미국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차근차근 서술하지 않고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자체가 우선 신기했다. 미국이 이랬다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주위를 환기시키고 책 속에 집중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 가정이란게 패권국가 미국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기에 단순히 이렇다라고 서술되어 있는 여타의 책보다 확실히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책의 구성도 알차다. 크게 네개의 섹션으로 구분하여 각 섹션별로, 의미 있는 가정으로 시작하고 전체적인 내용들을 간략하게 비틀어 보고 난 후 소주제에 맞게 유기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게다가 내용이 쉽게 전달되고 있고, 좀 어렵다 싶으면 부연설명 또한 친절하다. 2차대전 후 스스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성장해 온 미국에 대한 평가와 견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속성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경제대국이며 군사대국 그리고 문화대국이기까지 한 미국이 현재의 막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던 고립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사실 이외에 미국 스스로 경쟁의 룰을 만들어 왔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룰이 정해져 있다면 당연히 그 룰를 정한 쪽이 패권을 차지하기 쉽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의 패망을 통해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충분한 시간과 소프트 파워였다는 교훈과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쟁의 룰에 군사력 이외에 경제력과 문화적 힘을 혼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규칙을 만들어 나가며 패권을 움켜진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부시행정부의 탄생과 9.11사태로 피크를 찍은 현재의 미국은 더이상 유연하면서도 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예전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은 분명 흔들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시한 아시아 강국들의 블록화와 유럽연합 그리고 전통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하드파워만을 신봉하며 기독교 근본주의에 입각한 미국의 폭력적인 군사정책들은 패권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점점 깍아내리고 있다. 국제정세의 변화 즉 미국의 패권이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과 혈맹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가 한미동맹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한다. 책의 4장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이 이야기 되고 있다. 미국를 대놓고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것처럼 미국의 행동대장 노릇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변하는 세계에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능동적인 대처 방안 중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한미관계를 재조명하고 우리의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 사태에서 보인 일방적인 대미관계는 분명 구시대적인 한미동맹의 맹점을 그대로 확인시켜준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과거를 비틀어보기도 하고, 가치있는 가정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었다. 특히 그 대상이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롭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음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