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카락 마담의 숙소 - 할머니의 우아한 세계 여행, 그 뒷이야기
윤득한 지음, 츠치다 마키 옮김 / 평사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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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삶이다.

서평을 써야 하는데 떠오르는 말이 없다. 그저 멋지다는 말밖에.

 

앞 두 줄이 내 서평의 전부다.

아래 쓴 글은 사족이다.

 

사업가, 예술가, 여행가, 시인 윤득한.

그(그녀)의 한 세기 남짓한 생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생의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인연을 만들기 위해 세계를 여행한 경계인이었다. 예술과 사업 중간 어딘가의 경계인이었고 한국인이면서 하이쿠를 사랑한 경계인이었다. 몇 째 아들인지 모르지만 그 아들이 한 말이 정답이다. 경계인이어서 고독하고 외롭지 않았다. 경계에 서 있어 그녀는 자유인이었다. 그녀가 일본이나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선택받아야 했다면 결코 이처럼 멋진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만나고 싶으면 만났다. 보고 싶으며 봐야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미에 조르바는 두목(카잔차키스)에게 아름다운 돌덩이를 보러 오라고 전보를 친다-두목은 독일에 조르바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유럽 어디쯤에 있었다. 당시 유럽은 처참한 경제공황으로 죽어가던 때였다. 카잔차키스는 결국 가지 않는다. 비겁하게. 여튼 조르바는 펜대 운전사라 조롱하며 두목에게는 지옥이 존재할 거라고 답장한다.

맞다. 글쓴이에겐 지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조르바와 결이 다르지만 그녀는 완전한 자유인이었기에.

 

사족이 길다.

생각나는 대로 적겠다.

유쾌한 로마의 덩치 좋은 남정네들. 스코틀랜드의 무반주 첼로곡, 베를린의 택시 운전사, 깁스를 예술로 승화시킨 지중해 의사들, 캐나다에서 만난 정중한 홍콩신사. 무엇보다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열린 최초의 한국전.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아름다운 하이쿠.

읽어야 알게 될 것이다. 자유와 예술을.

눈이 띄는 하이쿠 한 편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가을 국화꽃 피는 골목 느긋한 고양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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