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극장 - 산만한 관객 K의 사유하며 영화 보기
김형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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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을 때 푸코의 생체권력을 떠올렸다. 물론 생명과 건강권을 둘러싼 철학적 사유에 대한 깊이는 없다. 정치권력이 어떤 시스템으로 생명을 부여잡고 시민에게 강제를 휘두르는지도 잘 모른다. 평소 숨 쉬듯 자연스러웠던 행동권의 범위가 제한되는 순간 반사적으로 생각났다는 편이 정확하겠다. 정신병원과 책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그리고 잭 닉콜슨이란 단상이 줄을 이었고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검색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에 대한 번득이는 비평을 읽었고 이런 분이라면 책을 써도 될텐데라며 글쓴이의 내공이 부러웠다. 작년 일이다.

 

“후르비네크의 혀”는 내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비평집이다. 2차대전 유대인 대학살, 5.18 광주, 세월호 참사와 같은 타살된 대규모 죽음에 관한 문학작품에 대한 김형중 교수의 비평이 담겨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 인간은 일상의 언어로 대화할 수 없다는 것 혹은 이성과 감정으로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현실을 반영하는 장르가 환상문학이다(정확하지 않다. 책을 읽고 느낀 내 감정이다) 따위의 깨달음을 얻은 책이다. 책 제목 후르비네크도 말과 언어에 대한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다. 좋은 책이다.

 

“무서운 극장”이라는 책은 영화 비평이다. 반가운건 지은이가 김형중 교수란 사실. 책을 구입하고 목록을 살피던 중 ‘뻐꾸기 중지 위로 날아간 새’가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책을 넘겨 그 부분을 확인해 보니 작년에 블로그에서 읽은 글이 아니던가. 다시 블로그를 찾아보니 글쓴 사람이 김형중이었다. 블로그도 일반적이 블로그가 아니라 씨네 21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읽고 싶은 것만 읽고 자질구레(?)한 정보에 둔감한 내게 자주 있는 일이다. 기이한 우연이다.

 

지난 1년 동안 의미 없음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사유의 허무함도 사무쳤다. 읽는 내용 족족 현실과 동떨어진 꿈처럼 느꼈다. 쓰는 글은 모두 문자 쓰레기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모든 것이 과정이었다. 아닐 수 있겠지만 다음 계단으로 올라가는 과정. 경로의존과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는 몸부림이라 혼자 결론지었다. 이렇게 놓았던 정신줄을 다시 잡는 시기에 무서운 극장은 마침맞았다. 보고도 알지 못했던 정보, 다른 방향의 사유와 성찰의 존재를 알려준 책이다. 시집보다 조금 큰 작은 책에 어마어마한 깊이가 느껴진다. 특히 책 앞 부분의 세 개의 글에 주목하기 바란다. 숫자 3이 1이 되는 마법이다. 깊이와 울림, 사유와 성찰을 가득 품은 글! 이렇게 쓸 수 있다니, 내공이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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