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품격 -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와 다사한 애도를 위하여
윤득형 지음 / 늘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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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해 쉽게 쓰인 책이다. 좋은 죽음과 삶의 방향을 일러준다. 물론 여기서 “좋다”라는 형용사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에 대한 평가와 결론은 오롯이 개인 몫이다. 죽음이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 그 무게감에 짓눌려 고민하기를 미룬다면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허둥지둥 할까 나는 항상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도 두렵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삶을 고민하는 시간만큼 죽음을 고민하려 한다.

 

책을 쓴 사람이 목회자였던 터라 당연히 하나님과 성경이 자주 등장한다. 죽음과 종교의 거리가 가깝기에 난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하지만 종교가 거슬리는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꽤 많이 나오니까. 책에는 불교와 천주교와 같은 다른 종교의 죽음관도 종종 보이고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책에서 얻은 이야기가 꽤 많은 걸 보면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균형감이 느껴졌다.

 

여하튼 책의 큰 줄기는 인간의 죽음이 필연이니 평소 사람을 사랑하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서 시작해 웰빙과 웰다잉으로 가지를 뻗는다. 존엄사와 호스피스로 알아보는 죽음의 모습, 망자와 산자를 위한 애도와 위로 이후 죽음학 교육의 필요성과 작가의 경험이 이어지고 반려동물에 대한 기도로 책은 마무리 된다. 그냥 스르륵 읽힌다. 죽음이 뭔지 궁금한 초심자에게 좋은 개론서가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에 대한 내공이 쌓여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나 인류 문명의 붕괴와 함께 발생하는 대규모 죽음이라는 사회학적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이미 익숙한 내용일테니까. 여기까지가 책을 읽은 내 느낌이다. 그리고 내린 내 결론은 죽을 때 품위 있게 죽으라는 것이다.

 

품위 있게 죽음을 떠올려 봤다. 두 가지 죽음이 떠올랐다.

프레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에는 이탈리아에서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유대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다가올 죽음을 알고 있었다. 이송을 며칠 앞두고 어떤 사람은 술에 취해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현실을 부정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이를 둔 어머니들은 달랐다. 평소와 똑같이 그들은 자식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옷을 세탁했으며 모여서 기도했다. 죽음을 날은 그저 평온한 일상의 연속이란 듯이.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님에도 어머니들은 담담하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품격이다.

 

다른 죽음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나는 평소 자살하는 사람에 대해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험하고 부조리한 이 세상에서 자살조차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모질고 악착같은 사람이다. 이에 비해 자살하는 사람들은 여리고 선한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음의 방식에 대해선 일단 선을 긋겠다. 대통령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끈을 놓아버렸지만 난 그분의 죽음은 품위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유서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 직전 대통령은 직접 쓴 유서를 수정했다고 한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손을 댄 부분은 호응관계가 어색한 문장이었다고 한다. 평소 문장가로 알려진 분이지만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다시 읽고 고치는 행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없는 세상에 알려질 유서지만 대통령은 죽음 이후까지 고민했던 것이다. 곧 떠날 이승이지만 호응관계가 그토록 마음에 걸렸던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되지만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죽은 이후까지 내다보았다. 유서는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마지막 얼굴일테니. 대통령은 당당하고 담담하게 삶의 정리했다. 난 그것이 품격이고 품위라 생각한다.

 

내가 충분히 납득하는 죽음이라면 그래서 당당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죽음일 것이다. 내가 사라져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품위 있게 죽은 나로 기억된다면 그것이 좋은 죽음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 죽음 앞의 삶을 잘 살아야 한다. 잘 살기위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하기를 멈추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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